우주의 지구 궤도엔 수많은 인공위성이 돌고 있다. 그런데 인공위성뿐 아니라 고장 난 위성, 거기서 떨어져 나온 파편 등 각종 물체 수억 개도 함께 돈다. 그것도 총알보다 10배나 빠른 초속 7~8㎞로. 만약 이런 물체가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 우주선 등과 부딪힌다면 큰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일본의 우주 기업 애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은 이런 문제를 막으려는 스타트업이다. 스스로 ‘우주 청소부’(Space Sweepers)를 자처한다. 우주 폐기물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해 누적 1억9100만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받았다. 지구 궤도 서비스 산업 분야에선 글로벌 최고 규모의 투자다.
지난 11일 조선일보가 주최한 제11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연사로 나선 노부 오카다(47) 애스트로스케일 대표(CEO)는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 폐기물 중엔 지름이 1m가 넘고, 질량은 10t이 넘는 물체가 수천개 있다"며 "우주로 쏘아 올려지는 위성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지금 당장 ‘청소’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애스트로스케일의 주요 고객은 나사(NASA)·유럽우주국(ESA) 같은 정부 기관과 스페이스X 등 우주 관련 기업이다.
우주 폐기물이란 고장 나거나 수명이 다해 버려진 인공위성, 로켓 발사 과정에서 분리된 로켓 추진체 등을 뜻한다. 1957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1호가 발사된 이후 우주로 떠난 인공위성이 대략 1만개인데, 그중 현재 작동 중인 위성은 3000개뿐이다. 노부 대표는 “폐기된 위성 7000개가 가동을 중단한 채 궤도를 돌고 있고, 종종 서로 충돌해 수많은 폐기물을 새로 만들어낸다”고 했다. 예컨대 2009년 2월 10일 미국과 러시아의 낡은 위성이 충돌, 수백만개의 조각으로 쪼개졌다. 노부 대표는 “2030년쯤엔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쏘아 올린 위성 수가 4만6000개에 달할 전망”이라며 “위성이 빼곡하게 들어차면 충돌 위험이 더 높아지므로 그 전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 우주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애스트로스케일의 계획은 이렇다. 먼저 우주로 로봇 위성을 띄워 보낸다. 지구에서 원격조종을 해 로봇을 폐기물 근처로 보낸다. 이 폐기물은 지구 궤도를 공전할 뿐 아니라 스스로 자전도 한다. 로봇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보고 폐기물의 자전 각도와 속도 등을 계산한 뒤, 로봇 위성도 똑같은 각도와 속도로 회전하도록 조종한다. 두 물체의 움직임이 완전 동기화되면, 그때 자석으로 만들어진 팔을 꺼내 폐기물을 잡는다. 로봇 위성은 그 지역을 서서히 이탈해 속도를 줄이고, 폐기물을 지구 방향으로 내려놓는다. 궤도에서 이탈시키는 것이다. 폐기물은 중력에 따라 지구를 향해 자유 낙하하다가 대기권 초입에서 마찰열에 자연스럽게 불타 사라진다. 노부 대표는 “이미 실험은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올해 말쯤엔 실제 청소 작업을 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우주 청소’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애스트로스케일 외에도 비슷한 사업에 뛰어든 스타트업이 몇군데 있다. 일본 스카이퍼펙트 JSAT는 먼 거리에서 우주 폐기물을 향해 레이저를 쏴 궤도에서 이탈시키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러시아의 스타트로켓은 50㎏ 짜리 소형 원통형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이 위성은 미세 폐기물들이 구름처럼 모인 곳에 ‘폴리머폼’이란 끈끈한 물질을 거미줄처럼 쏴 여러 폐기물을 동시에 포집한 다음, 같이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면서 태우는 방식으로 폐기물을 처리한다.
애스트로스케일은 미국·영국·일본·이스라엘·싱가포르에 직원 144명을 두고 있다. 이 중 75%가 우주 전문 기술자다. 노부 대표는 “고속도로에서 차 사고가 나면 견인차가 긴급 출동해 도로 상황을 정리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앞으로는 우주에서 인공위성을 고치고, 연료를 보급하는 등의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부 대표는 일본 도쿄대에서 유전공학 학·석사, 미국 퍼듀대에서 MBA를 받고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그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은 우주 사업이었다. 15세였던 1988년 미국 앨라배마주에 있는 NASA 우주비행 센터에 견학을 갔는데, 당시 그곳에서 훈련 중이었던 일본인 최초 우주비행사 모리 마모루 박사에게 쪽지를 하나 받았다. ‘우주는 너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소년 노부의 마음은 그때부터 우주로 향해있었고, 결국 25년 뒤 꿈을 이루게 됐다. “우주 폐기물 문제는 100% 인간이 만들어낸 문제입니다. 제겐 자녀가 둘 있는데, 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지속 가능한 우주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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