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북부에 있는 정육점 루디스(Rudy’s)는 얼핏 보면 여느 정육점 같다. 매장 벽에는 소·돼지·닭 그림이 그려져 있고, 진열대에는 베이컨, 훈제햄, 살라미, 페퍼로니, 파스트라미 등이 놓여 있다. 그러나 ‘진짜 고기’는 없다. 전부 고기의 식감과 맛을 모방해 콩이나 밀로 만든 ‘대체육’이다.
루디스는 지난 1일 ‘세계 비건(vegan·엄격한 채식주의자)의 날’을 맞아 문을 연 영국 최초의 상설 비건 정육점이다. 비건은 단순히 육식을 피하는 식습관에서 더 나아가 동물성 재료나 동물 실험 과정을 거친 성분이나 재료까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루디스 가게 벽에는 ‘동물은 음식이 아니라 친구(Animals are friends not food)’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대체육이라는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제품 표기도 조금씩 바꿨다. 예컨대 ‘베이컨(Bacon)’을 ‘Baycon’으로 표기하는 식이다. 개점 첫날엔 선착순 200명에게 베이컨 한 팩을 주는 행사를 열었다. 영국 전 지역으로 배송 판매도 시작했다.
루디스 같은 상설 비건 정육점까지 등장한 건 그만큼 비건 식품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민텔에 따르면 비건 식품 판매 규모는 2014년 5억8200만파운드(약 8500억원)에서 지난해 8억1600만파운드(약 1조2000억원)로 40% 성장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환경을 위해 육류 소비를 줄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비건 식품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민텔은 분석했다.
비건 식품 열풍에 대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유니레버와 수퍼마켓 체인 리들 등이 앞다퉈 비건 아이스크림, 페이스트리, 바게트 등을 내놓고 있다. 영국 로펌 EMW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에 새로 등록된 비건 식품 상표는 107개로 전년(47개)보다 128% 급증했다.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의 대표적인 대체육 브랜드인 ‘비욘드미트’는 4일 현재 시가총액이 93억2200만달러(약 10조5000억원)다. 한국 넷마블(10조7700억원)과 맞먹는다.
최근 유럽연합(EU) 의회에선 비건 식품에 ‘버거’나 ‘스테이크’ ‘소시지’ 같은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놓고 투표가 열리기도 했다. 비건 식품 인기가 반갑지 않은 축산업계와 육류가공업계가 이 같은 명칭이 소비자들에게 오인을 일으킨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투표는 부결돼 법안이 통과되지는 않았다. 다만 프랑스에선 올해 초 대체육에 대해 고기 제품 관련 용어를 쓸 수 없게 하는 법안이 통과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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