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여름 내내 많은 비가 내렸다. 7월부터 3개월 동안의 강우량은 전국 평균 1032㎜로, 예년의 2배에 가깝다. 많은 비는 농산물 재배에 악영향을 미쳤다. 농작물이 피해를 입어 생산량이 줄면 가격은 올라간다. 간단한 경제학이다. 한창 비가 내리던 8월에는 상추, 깻잎 등 신선농산물의 가격이 5~6월에 비해 3배 가까이 올랐다. 생육 기간이 비교적 짧은 이런 작물들은 비가 그친 후 생산이 정상으로 돌아갔다. 요즘 들어 가격은 진정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작물은 1년 단위로 수확한다. 그런 작물들은 비 피해로 인한 가격 상승 효과가 이제야 나타난다. 쌀이 대표적인 경우다. 정부는 매년 그해의 ’쌀 생산량'을 집계해 결과를 발표한다. 올해 발표일은 11월 12일인데, 산지에선 예년보다 생산량이 많이 낮으리라고 예상되고 있다. 생산량 감소로 인해 쌀 가격은 이미 급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2년 동안 20㎏당 4만8000원 수준에서 안정적인 추이를 보이던 산지 쌀 가격이 올해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0월에 5만3000원으로 15% 상승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쌀 소매 가격도 산지 가격 상승을 반영해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일부에선 쌀 가격이 오르리라는 기대로 출하를 늦추고 이것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풍문까지 들린다.

쌀은 한국인의 주식이어서 정부가 면밀하게 관리한다. 매년 꾸준히 쌀을 사들인다.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재해 등에 대한 대비, 그리고 쌀값 안정화다. 지난해엔 생산된 쌀 374만톤 가운데 35만톤을 샀고, 올해도 비슷한 규모를 산다는 계획이다.

한국 쌀값 추이

쌀값이 오를 때 ‘쌀값 안정화’를 도모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쌀 공급 확대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내려간다. 이 역시 간단한 경제학이다. 쌀은 두 가지 방법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다. 쌀 수입업자들이 무역을 통해 쌀을 수입하거나, 정부 비축미를 풀면 된다. 정부가 쌀 가격이 너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쌀을 사들이듯이 쌀 가격이 올라갈 조짐이 보이면 비축했던 쌀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당연하게 들린다.

그렇다면 지금 상승 중인 쌀값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정부는 비축미를 방출할까. 사안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농민단체들은 매년 쌀값이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하고, 정부는 쉽게 쌀을 풀지 못한다.

또하나의 아이러니는 쌀값이 아무리 올라도 ‘재해에 대비한다’며 매해 무조건 35만톤 정도를 정부가 사들인다는 것이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꼭 국산 쌀로 지은 밥만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닐 텐데, 올해처럼 쌀값이 치솟아도 정부는 반드시 이정도 쌀을 매입한다. 국민이자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내 세금이 정부가 쌀을 사는 데 쓰이고 그 결과 쌀의 공급이 줄어 쌀이 더 비싸지는 일이 발생한다.

최근 한 지역 농민들은 “정부는 비축미 방출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 “올해 쌀 흉작으로 농업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 정부가 비축미까지 방출하다니”라고 항의한다. 흉작 때 쌀값이 오르면 쓰려고 정부가 사둔 쌀인데, 그럼 언제 써야 할까. 때로는 경제학자처럼 생각해선 답이 안 나오는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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