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하반기 최대 정치 행사인 ‘5중전회’에서 5개년(2020~2025년) 계획과 함께 2035년까지의 장기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미·중 무역 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중국 지도부의 장기 계획을 밝히는 자리였기에 투자자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중국은 어쨌거나 계획경제 국가이고, 그래서 지도부가 내세우는 경제정책 방향은 전 세계 경제·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1인당 국민 소득 3만달러 달성’ 목표와 전기·수소차 육성 계획 등 묵직한 다른 목표들도 5중전회 앞뒤로 공개됐습니다. 참 중요해 보이는 중국의 15년 계획엔 그런데 쌍순환(雙循環) 등 난해한 한자들도 무더기로 등장합니다. 복잡해 보이면, Mint가 풀어드립니다. 중국의 ‘15년 계획’을 투자자가 알면 도움 될 포인트를 중심으로 한 다섯 문답으로 해부했습니다.
◇5중전회가 뭐고, 왜 이번 5중 전회가 주목받았나요.
“5중전회의 정확한 명칭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中國共産黨中央委員會第五次全體會議)’입니다. 5차 회의에서 ‘5’, 중앙위원회에서 ‘중’, 전체회의에서 ‘전’과 ‘회’자를 따서 ‘5중전회’라고 줄여 부르는 겁니다. 중국 공산당 회의 중 가장 중요한 회의는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당 대회인데, 5중전회는 당 대회 이후 다섯 번째로 열리는 전체회의입니다. 주로 5년 이상 장기 계획을 검토합니다. 이번 5중전회 발표엔 이례적인 특징이 있었습니다. 예년과 다르게 5년 계획에 더해 15년짜리 장기 계획이 함께 발표됐습니다. 이 정도 초장기 계획이 발표된 것은 1995년 이후 처음입니다. 1995년 장기 계획은 2010년을 염두에 두고 국민소득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과 중국식 시장경제 제도를 착실하게 도입하겠다는 게 골자였는데, 돌이켜보면 대부분 실현됐습니다. 이번 5중전회에서 제시된 주요 장기 목표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과 ‘첨단 기술 국산화’입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전기·수소 등 친환경 자동차 육성 계획입니다. 연간 전체 신차 판매량 가운데 친환경차(전기·수소차 등) 비율을 현재의 5%에서 2035년 5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2035년쯤부턴 친환경차를 매년 2000만대 이상 판매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반면 내연기관차 판매 비율은 현재 95%에서 2035년에는 0%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100% 중국산 테슬라 모델3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중국은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고 나서 이를 뒷받침할 막대한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책을 잇따라 내놓곤 합니다. 중국 내 전기차 생산 역량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처럼 5중 전회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드러난 분야의 주식은 이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예컨대, 중국 대표 전기차 기업 BYD의 주가는 5중전회 개막 이후 30% 넘게, ‘중국 테슬라’로 불리는 니오 주가는 40% 가까이 올랐습니다."
◇‘쌍순환’이란 단어도 많이 언급하던데 무슨 뜻인가요.
“‘쌍순환(雙循環)’은 시진핑 주석이 지난 5월부터 공개 석상에서 쓰기 시작한 단어인데,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쌍순환의 한 축인 내순환(內循環)은 내수를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트럼프 정부 때문에 수출이 어려워졌으니 내수를 살려 경제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3년 내내 내수 활성화를 외쳐왔던 터라 깜짝 놀랄 내용은 아닙니다.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포인트는 쌍순환의 또 다른 축인 외순환(外循環)입니다. 단어 자체만으론 모호하지만 지금까지 시 주석이 이 말을 써온 맥락을 분석해보면 결국은 ‘(외부에 의존해온) 첨단 기술 국산화’라는 말을 저렇게 모호하게 바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모호한 단어를 쓴 이유는 ‘제조 2025’처럼 미국이 무역 분쟁 소재로 삼기 어렵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해외 기술을 수입해 완성품을 수출하는 ‘세계의 공장’을 넘어, 미국·독일·일본 등처럼 고부가 가치 기술을 직접 만들어 수출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러면 앞으로 15년, 중국 지도부는 어떤 산업을 밀까요.
“올해 5중전회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미·중 무역 전쟁 때문입니다. 특히 기술 국산화 목표는 향후 몇 년 내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획이어서 주목해야 합니다. 몇 년 전 발표된 ‘제조 2025’ 계획도 기술 국산화를 언급하긴 했으나, 철강·산업 등 이른바 ‘중후장대 산업’의 구조 조정에 방점이 찍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계획은 15년 앞을 내다보고 국산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가 읽힌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합니다. 발표문에는 첨단기술 개발 분야로 인공지능(AI)·반도체·항공우주를 ‘중대한 프로젝트’로 언급합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자율주행차에 응용할 AI 기술, 전기차, 수소차, 양자 컴퓨터, 항공 우주 및 GPS, 5G 통신장비 등을 당장 중국 정부가 사활을 걸 분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28㎚ 공정을 도입한 반도체 기업에 10년 동안 법인세(25%)를 면제해준다고 최근 결정했는데, 이런 파격 대우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산업 지원책입니다. 아울러 이번에 5중전회에선 ‘신교통 기반 시설을 육성하겠다’는 말이 새로 나왔습니다. 따라서 전기 기차, 고속 철도 등 기반 시설 건설 분야 지원이 함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밖에 중국에서 급성장 중인 태양광과 배터리 산업은 이미 진행 중인 보조금 지급만 계속해도 세계 1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한국 기업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한국 입장에선 결국 반도체 산업이 중국과의 최대 충돌 지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5중전회 직후엔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수입이 어려워진 통신 기기 업체인 화웨이가 뜬금없이 7조원 규모 반도체 공장을 세우고 직접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발표를 했죠. 중국이 반도체 기술을 추격하는 과정에 물량 공세를 펼치면 한국 반도체 업계가 과거 철강 업계처럼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번 발표 땐 그동안 중국 경제 계획 발표 때 종종 보였던 ‘수출’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경기 지표에 연연하지 않고 기술 개발에만 매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국내 기업이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확실히 벌리지 않으면 중국 시장과 더불어 해외 수출 시장에서도 외면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도움말 주신 분: 전병서 중국금융경제연구소장, 안유화 성균관대학교 교수,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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