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중국에서는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5중전회)가 열렸죠. 중앙위는 중앙위원과 후보위원 370여명으로 구성되는데, 당·정·군을 포함한 각급 기관 최고 책임자들이 모인 곳으로 보면 됩니다.
중국 최고권력기관은 명목상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죠. 하지만, 실제 중요 정책과 인사는 공산당 중앙위에서 대부분 결정합니다.
◇‘중앙위 전체회의’는 역사의 산실
중국 공산당은 5년 마다 한번씩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열어 5년 임기의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을 선출하죠. 가장 최근은 2017년10월 19차 당대회였습니다. 중앙위원회는 당대회 직후 1·2차 전체회의(1중전회, 2중전회)를 열어 당 지도부 인선을 해요. 이후에는 매년 1차례씩 중전회라고 부르는 전체회의를 열어 중요 정책과 인사 문제를 처리합니다.
역사적으로 1978년12월에 열린 11기3중전회에서는 덩샤오핑 주도로 개혁개방 추진이 결정됐죠. 천안문사태 직후인 1989년 6월 열린 13기4중전회에서는 자오쯔양 총서기가 실각했습니다.
임기 4년차에 열리는 5중전회는 통상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 심의가 주요 안건입니다. 이번에도 14차 5개년계획(2021~2025)이 의제로 올라왔죠.
중전회가 끝나면 통상 공보라고 불리는 장문의 발표문이 나오는데, ‘좋은 말 대잔치’라고 할 정도로 미사여구만 나열돼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내부 갈등을 숨기고 당의 단합된 힘을 과시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그러나 행간에는 숨은 뜻이 들어 있습니다.
◇장기 목표 뒤에 숨은 장기 집권 의지
이번 5중전회에 숨은 코드는 ’2035년 장기 목표'와 ‘중앙위원회 업무 조례’ 등 두 가지에요. 5중전회에 장기 목표가 등장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2035년이면 15년 뒤니까, 5년 계획과 함께 15년 구상도 함께 통과시킨 것이지요.
발표문에 나온 2035년 목표는 화려합니다. “경제 실력, 과학실력, 종합 국력이 대폭 도약하고 경제 총량과 도농 주민 평균소득이 새로운 큰 단계에 올라서며,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대 돌파를 이뤄내 창의혁신형 국가의 선두에 진입한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구체적인 대목으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를 중등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중산층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는 정도가 눈에 띕니다. 중국 국내 전문가들은 1인당 GDP를 현재 동유럽의 잘 사는 나라 수준인 1만5000~2만 달러 정도로 올린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작년 기준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 달러 수준이죠.
문제는 이런 장밋빛 청사진은 시진핑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실현할 수 있다고 한 점입니다. 시 주석이 2035년까지 장기 집권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죠. 시 주석이 1953년생이니까 2035년이 되면 나이가 만 82세가 됩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그가 임기를 마치는 나이도 82세”라고 보도했어요.
사실 장쩌민 전 주석도 장기 목표를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1995년 14기5중전회 당시 9차 5개년 계획과 함께 2010년 장기 목표를 제안했죠. 당시는 베이징방의 거두였던 천시퉁 베이징시 서기가 실각하고, 군을 장악하고 있던 양상쿤 주석과 양바이빙 군사위 비서장 등 양씨 형제도 몰아내 장 전 주석의 권력 기반이 탄탄할 때였습니다. 그러자 장기 목표를 내세워 장기 집권을 예고한 거죠.
◇1인 체제 반발에 당 주석제 부활 실패
이번 5중전회를 통해 2035년까지 집권하겠다는 뜻을 드러냈지만, 모든 것이 시 주석 마음대로 된 것 같지는 않아요. 그걸 볼 수 있는 대목이 바로 ‘중앙위 업무 조례’입니다.
당초 이번 5중전회를 앞두고 시 주석이 마오쩌둥 시절의 당 주석제를 부활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죠. 지금 중국 공산당은 형식상 시 주석을 포함한 7인 상무위원들의 집단지도체제입니다. 시 주석이 당 주석이 되면 1인 천하의 단일지도체제가 될 수 있죠.
그런데, 당 주석제를 부활하라면 당장(黨章)을 개정해야 합니다. 당장을 개정하지 못하고 ‘중앙위 업무 조례’를 제정해 시 주석의 당 총서기 권한을 명문화하는 정도로 그쳤다는 건 1인 지배체제로 가는 데 대한 당내 반발이 만만찮았다는 얘기입니다. 덩샤오핑은 마오 독재의 폐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1982년 당장 개정을 통해 당 주석제를 폐지했지요.
5중 전회를 앞두고 홍콩 매체에는 92세 생일을 맞은 주룽지 전 총리가 병원에서 의료진과 함께 생일 파티를 하는 사진이 보도됐습니다. 중국 국내 매체들은 왕치산 국가 부주석이 상하이에서 열린 한 금융컨퍼런스 화상 연설에서 “중국 금융이 왜곡된 길, 잘못된 길, 사악한 길을 걸어서는 안된다”고 연설한 대목을 부각했지요.
중요한 정치 행사를 앞두고 중국 원로들이 매체에 등장하는 건 베이징 정가의 전통입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정치적인 시사점을 던지는 거죠. 주 전 총리과 왕 부주석은 모두 개혁적인 성향으로 시 주석의 장기 집권에 비판적인 인물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