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가 최근 자국 기업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법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적 행위위 대해 미국 정부가 칼을 꺼내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제 구글(Google)은 단순한 기업 이름이 아닙니다. ‘인터넷 검색을 한다’는 의미의 동사(動詞)로 통할 만큼 시장 지배력이 커졌죠.”

미 법무부가 지난 20일 자국 기업이자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인 구글에 반(反)독점 소송을 제기하며 쓴 문구입니다. 간단히 말해 시장 지배력이 너무 크니, 쪼개겠다는 뜻입니다. 11주(州) 법무부도 원고로 동참해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죠. 외신은 요즘 미 연방·지방 정부가 힘을 모아 구글에 칼 끝을 겨눴다는 소식을 연일 크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침체한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자국 기업을 팍팍 밀어줘야 할 때 아닌가요. 미 정부는 왜 ‘구글과의 전쟁’을 선포했을까요. 구글·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 관심이 많은 한국 투자자들은 이번 사건이 앞으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할 겁니다. Mint가 일곱 문답으로 풀어봤습니다.

◇Q1. 구글이 뭘 독점했다는 건가요.

“구글의 미국 검색 시장 점유율은 90%에 이릅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올린 검색 매출이 343억달러(약 39조원)입니다. 미 정부는 구글의 공고한 지위가 불공정 행위의 결과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애플·삼성·LG, 심지어 모토롤라 스마트폰에도 구글 앱이 기본 검색 엔진으로 깔려 있죠. 웬만한 소비자는 아무 생각 없이 구글을 쓸 가능성이 큽니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이를 대가로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에 거액을 지급했다고 봤습니다. 애플에만 연간 최대 120억달러를 줬답니다. 구글 사용자가 많아지면 광고 수익이 늘고, 이 수입을 제조사 등에 건네 구글 검색 엔진을 더 많은 소비자가 쓰게 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거죠. 미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구글이 다른 경쟁 검색 엔진의 성장을 막아 고사시키고,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입장입니다.”

미국 정부가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으로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해 온 구글은 이제 피하기 어려운 규제 위기에 직면했다. 현지에선 구글을 시작으로 다른 ‘빅테크’ 기업들로 반독점 논란이 확산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AP 연합뉴스

◇Q2. 그런데 구글 검색 엔진이 제일 괜찮아서 사람들이 그것만 썼다 치면, 그것도 독점인가요.

“그게 바로 구글 논리입니다. 구글은 소비자의 직접적 손해가 없었기 때문에 반독점법 위반이 아니라고 합니다. 켄트 워커 구글 최고법무책임자(CLO)는 ‘소비자는 구글을 자발적으로 선택했지,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서 사용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구글이 스마트폰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됐더라도 사용자가 원하지 않으면 얼마든 빙(Bing), 야후(Yahoo) 같은 ‘대체 엔진’을 쓸 수 있으니까요. 구글은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 등에 대가를 지급한 것도 ‘영업 전략’이라고 말합니다. 과자 회사가 경쟁사보다 마트 진열장의 더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듯, 정당한 마케팅이란 거죠. 하지만 미 법무부는 이런 논리 자체가 반독점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시장 내 경쟁이 필수인데, 구글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 경쟁 자체를 줄여버렸다는 겁니다. 모든 기업이 구글처럼 돈이 많은 건 아니니까요."

◇Q3. 미국 정부는 기업의 독점 조짐에 자주 제동을 거나요.

“미국 반독점법은 역사가 깁니다. 1890년 제정된 이른바 ‘셔먼법’이 시초인데요, 특정 산업에서 한 기업의 지배력이 과도하게 커져 경쟁자·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입니다.(존 셔먼 당시 상원의원이 발의.) 미 정부는 셔먼법을 근거로 지난 130년간 독점 기미가 보이는 기업에 철퇴를 내렸죠. 첫 번째 타깃은 ‘석유 왕’ 존 록펠러의 석유회사 스탠더드오일이었습니다. 이 기업이 송유관과 철도 등을 독점해 미 석유 시장 점유율 88%에 이르자 연방 법원은 1911년 정부의 손을 들었습니다. 결국 스탠더드오일은 작은 지역 석유회사 34개로 쪼개졌습니다. 아메리칸토바코(담배·1911년), NBC(방송·1942년), AT&T(통신·1984년) 등도 셔먼법에 따라 강제 분할된 역사가 있죠. 가장 요란했던 사례는 1998년부터 3년간 소송이 이어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아닐까 합니다. MS는 PC 운영체제 윈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아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1998년 제소됐습니다. 2001년 사업 운영 방식을 바꾸겠다(Q5 참조)는 합의에 이르며 기업 분할은 면했죠.”

◇Q4. 반독점 소송으로, 실제로 혁신이 촉진되긴 했나요.

“‘셔먼법 주기설’을 주장하는 이도 있습니다. 미 정부가 굵직한 독점 기업에 제동을 걸 때마다 새 혁신 기업이 그 틈을 파고들어 성장했단 겁니다. 과거를 짚어볼까요. AT&T가 반독점 혐의로 강제 분할된 직후인 1985년, MS가 윈도를 처음 출시했고 이듬해 증시에 상장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죠. MS가 너무 커지자 1990년대 후반 미 법무부는 이번엔 MS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2000년대 초까지 이어졌죠. 그즈음 구글·아마존 등 IT 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번엔 구글 차례일까요. 제프리 로즌 미 법무차관은 이번에 구글을 제소하며 ‘반독점법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 혁신의 물결을 잃고 또 다른 구글의 성장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Q5. 그런데 결국 MS도 살아남지 않았나요.

“네, MS는 반독점법 제소 위기 속에 결국 생존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윈도 소스코드(소프트웨어 설계도)를 공개하고 경쟁사에 기술 지원을 약속하는 등 작지 않은 대가도 치렀습니다. ‘IT 버블’이 꺼지는 와중에 소송전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주가가 60% 넘게 하락하기도 했죠. 창업자 빌 게이츠는 2000년 스티브 발머에게 CEO(최고경영자) 자리를 내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요. 생존엔 성공했지만 MS 입장에선 여러모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시기였고, 그 사이에 구글 같은 ‘루키’들이 시장을 치고 올라올 수 있었다고 반독점법 옹호자들은 주장합니다."

◇Q6. 그렇다면 구글 주가도, 이제 좀 불안한 건가요.

“‘자유 경쟁을 저해하는 독점 기업을 막아야 한다’는 철학은, 사사건건 대립하는 미국의 민주당·공화당이 이례적으로 뜻을 함께하는 사안입니다. 다가오는 미 대선(3일)에서 트럼프·바이든 중 누가 대통령이 돼도 구글이 지난한 법정 공방을 피해갈 구멍은 없다는 거죠. 다만 법원의 최종 판단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겁니다. 구글의 독점 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낳았는지를 두고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구글 입장에서 패소 판결, 그리고 기업 분할이란 최악 상황을 피하기 위해 MS처럼 뭔가를 포기하는, 합의점을 찾아나설 가능성도 있죠.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이 아마존·애플·페이스북 등 다른 ‘빅테크’ 기업에 대한 독점 논란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주가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고요. 애플이 지난달 말 발표한 연간 실적 보고서에 ‘복잡하게 변화하는 법과 규제가 실적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애플은 구글 소송이 시작되자 자체 검색 엔진 개발에 힘을 쏟는 등 벌써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Q7. 한국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구글 반독점 소송은 미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유럽연합(EU)은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불공정 행위를 했다’며 최근 3년간 10조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한국에선 10년 전 구글의 불공정 행위가 논란이 됐습니다. 2010년 당시 네이버와 다음이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자사 검색 앱을 사전 탑재해 경쟁 기회를 빼앗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2013년 7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구글에 무혐의 판정을 내렸죠. 이후 한국 내 구글의 영향력은 훨씬 커졌습니다. 공정위는 2016년 구글의 독점 행위에 대해 재조사에 나섰지만 아직 결론을 못 내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공정위는 네이버가 쇼핑·동영상 분야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습니다. 일부에선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 60%에 이르는 네이버도 사실상 독점 아니냐’고 주장합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네이버 사업 부문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이 나오기도 했고요. 하지만 미국과 달리, 한국은 법원의 명령으로 독점 기업을 강제로 쪼갤 수 있는 ‘기업분할 명령제’가 없어 현실성은 떨어집니다."

도움말=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박영동 법무법인 세한 변호사,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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