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신조어)’들 사이에서 뜨는 'SaaS(Software as a Service·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한국어론 보통 ‘싸스’라 발음)가 있다. 바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업무 협업 툴 ‘노션(Notion)’이다. 노션의 기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일정·업무 흐름·문서철 기능을 하는 소프트웨어. 배경도 특이하다. 중국서 태어나 캐나다로 이주한 창업자가 일본 교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흑백 톤의 단순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이 강점이다. 벌써 글로벌 사용자 400만명을 확보했다. 노션은 지난 8월 한국어 버전을 내고 국내 협업 툴 시장에 본격 상륙했다. 이반 자오 노션 창업자는 최근 Mint와 화상 인터뷰를 가진 이반 자오 노션 창업자는 국내 시장 경쟁에 대해 “노션의 철학은 ‘일을 잘하면 선택받는다’이다. 경쟁을 의식하기보다는 최고 품질의 툴을 내놓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노션은 슬랙, 에버노트 등 다른 협업 툴과 어떻게 다른가?
“슬랙은 의사소통에 집중한 툴이다. 반면 노션은 문서 작성부터 프로젝트 관리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노트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에버노트와 비슷하지만, 노션은 협업∙프로젝트 관리 등 에버노트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다.”
-다른 협업 툴에 비해 디자인이 직관적이고 세련됐다는 평이 많다. 디자인에 신경 쓴 이유가 있나.
“개인적으로 미술에 관심이 있기도 하지만(자오 창업자는 대학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노션은 날마다 사용하는 툴이기에 사용할 때의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직관적이고 시각적인 디자인을 갖추고자 했다. 아울러 요즘 젊은 세대는 디자인에 민감하다. 이러한 소비자 특성을 고려해 간결하고 시각적인 디자인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당신의 문화적 배경이 서비스에 녹아있다고 들었다.
“내가 아시안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시아 문화 영향을 받았다. 손님을 융숭하게 대접하는 동아시아 문화권의 특징이 서비스 측면에 녹아 있다. SaaS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고객을 지원하는 데 있어 사용자가 대접받는 느낌을 받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어 공자의 ‘황금률’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나침과 모자람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잡고, 너무 멀리 가지도 너무 가까워지지도 않는 황금률을 찾고자 한다.”
-한국어 버전 출시 이후 성장세나 초반 반응이 만족스러운가.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출시 이후 가입률이 지속적으로 50% 이상 상승하고 있다. 한국어 버전 출시 이전에도, 한국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였다. 한국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노션 활용법 다룬 책을 발행하고, 강연도 하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 이는 미국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회원 수가 2만1000명이 넘는 한국 커뮤니티가 한국어 버전 지난 8월 출시 당시 태풍을 뚫고 행사에 많은 도움을 줬다. 또 개인 사용자가 업무에 노션을 활용하고 직장에도 노션을 소개해주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감사하다. 이들은 한글화에도 적극 이바지했다.”
-노션을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
" 장난감인 ‘레고’와 같이 봐달라. 어린아이에서 성인까지 모두가 레고를 가지고 놀 수 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노션을 어렵고 복잡하게 활용하려고 하기 보다, 노트 작성 같이 간단한 작업부터 시도해볼 것을 추천한다. 그 후 위키 백과나 프로젝트 작업까지 사용 범위와 방식을 넓혀가는 것이 좋다. 노션에서도 ‘레고 조립법’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용법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또한 이미 조립된 레고처럼 바로 이용할 수 있는 템플릿(예시)도 제공하고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
-한국 시장에 카카오워크 등 다양한 업무 툴이 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들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쟁이 한국 시장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노션이 가진 철학은 ‘일 잘하면 선택받는다’이다. 경쟁을 염두에 둔 엄청난 계획이 있다기 보다, 최고 품질의 도구를 내놓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서비스의 질과 디자인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 이용자 수와 비교하면 직원 수가 적다. 조직을 슬림하게 유지하는 이유가 있나
“지금 직원이 60명 정도 된다. 노션은 다재다능한 인재를 뽑아 높은 질의 팀을 꾸리려고 한다. 인재 채용을 할 때 상당히 높은 기준을 가지다 보니 채용이 더디게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 디자이너이지만 코딩할 수 있고, 엔지니어이지만 사업적인 감각을 갖춘 그런 사람을 원한다. 그래야 코딩을 이해하며 디자인할 수 있고, 사업적 측면 고려하여 개발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러다 보니 작은 규모여도 다양한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지난봄 36시간 만에 5000만 달러(약 620억원)의 펀딩을 완료했다.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실리콘밸리에서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수익성이 있어야 사업이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구독료가 들어오는 SaaS 특성상, 투자자들이 노션의 사업 모델이 수익성을 갖췄다고 본 것이 아닐까. 또한 우리는 고객을 위한 제품을 빠르게 개발하길 원했다. 투자자들이 이 부분에 공감하고 이해해줬기에 펀딩이 이른 시간에 마무리됐다.”
- 투자 금액을 어디에 쓸 예정인가.
“주로 기업 고객을 위한 기능을 개발하고, 영업팀을 강화하는 데 쓸 것이다. 한국에는 쏘카와 리디북스 같은 기업 고객들이 있다. 노션은 이러한 기업 고객에게 좋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에, 더 많은 기업에서 노션을 채택해 사용하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