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선거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캠페인 기부자 명단엔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세스 클라만(Seth Klarman)이 1982년부터 이끄는 대형 헤지펀드 바우포스트(Baupost)그룹이 바이든 캠프에 300만달러(약 35억원)라는 거액을 내놓은 것이다. 보스턴에 있는 바우포스트는 직전 대선 땐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공화당 대선 캠프의 가장 큰손이었다. 평소 인터뷰를 꺼린다는 클라만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많은 사람이 ‘민주사회의 시민으로 존재하는 것’ 그 자체를 중요시하기에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잠시 미뤄두는 걸 봤다"는 짧은 기부의 변을 밝혔다.

세스 클라만 바우포스트 그룹 CEO가 1991년 출간한 '안전마진' 표지. 오래 전 절판됐지만 중고판본은 인터넷에서 여전히 고가에 거래된다.

3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스 클라만 바우포스트 CEO는 안전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투자자로 통한다. 1991년 그가 출간한 저서 ‘안전 마진’은 기업의 내재 가치와 시가총액 사이의 차이(마진)를 확보하자는 일종의 가치 투자 방법론을 다룬다. 절판된 지 오래이지만 지금도 아마존에서는 900~1800달러 선에서 중고판이나 복사본이 거래된다.

이런 클라만은 최근 헬스케어 분야로 눈을 돌리는 선택을 했다. 올해 2분기 공시 자료에 따르면 바우포스트 포트폴리오에서 헬스케어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 분기에 비해 2.5%포인트 늘었다. 2분기 동안 가장 많은 주식을 사들인 회사 역시 아타라 바이오테라퓨틱스(161만주)다. 자가 면역을 활용한 암·다발성경화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다. 미국 내 대표적인 민간 의료 시설 체인 기업 HCA헬스케어도 100만주 매수했다. 이 회사는 코로나로 민간 병원 시설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며 ‘코로나 수혜주’로 분류된다.

바우포스트 2분기 산업별 투자 비율

투자 비중이 가장 늘어난 업종은 1분기보다 7.1%포인트 늘어난 소비재(전체 21.8%)였다. 해당 분야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였다기보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가격이 올랐다. 특히 바우포스트의 포트폴리오 중 가장 큰 비중(21%)을 차지하는 개별 종목인 이베이의 주가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분기에 비해 투자 비중이 가장 줄어든 업종은 에너지(-4.8%포인트)다. 보유하던 에너지트랜스퍼(1211만주)와 셰니어에너지(812만주) 지분 모두를 팔아치웠다. 미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업체인 셰니어에너지는 2014년 4분기 한때 바우포스트 포트폴리오 5분의 1을 차지했지만, 주가는 2014년 9월 80달러 선을 돌파한 뒤 지지부진했다. 지금은 45달러 선에서 거래된다.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에너지 수요 전망 역시 엇갈리는 상황이다. 미 서부 최대 전력 회사 PG&E 주식 500만주도 팔았다. PG&E는 2018년 발생한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로 수백억 달러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면서 파산 보호 신청을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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