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가 2018년 공개한 수소트럭 '니콜라 원'이 달리는 영상의 한 장면. 당시 밀턴은 "이건 진짜다"라고 말했지만, 힌덴부르크리서치는 "언덕 위에서 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나스닥 투자자들은 개장 전부터 한 무명(無名) 리서치 회사가 인터넷에 투하한 보고서로 술렁였다. 행동주의 공매도 투자자라고 밝힌 회사 ‘힌덴버그 리서치’가 낸 보고서 제목은 ‘니콜라: 거짓말의 바다에서 어떻게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와 손을 잡았는가’. 요지는 이랬다. ‘수소전기차를 만들겠다던 니콜라는 관련 기술이 없다.’ 그후로 열흘, 니콜라 주가는 보고서 발간 전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지난 20일엔 트레버 밀턴 니콜라 창업자가 물러났다.

보고서를 쓴 힌덴버그 리서치는 최근 미국 증시를 뒤흔드는 ‘행동주의 공매도 투자자(activist short seller)’ 중 하나다.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하는 기업 주식을 공매도한 뒤, 해당 기업의 사기 의혹 등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주가가 떨어지면 이득을 거두는 집단이다. 마치 서부 영화의 ‘현상금 사냥꾼’처럼 늘 먹잇감을 찾아다닌다.

최근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이들의 ‘공개 저격’도 부쩍 잦아졌다. 지난주 표적은 SK텔레콤이 투자해 한국 투자자도 관심이 큰 의료 벤처기업 나녹스(Nanox). 지난달 상장 이후 한 달여 만에 주가가 두 배 넘게 올랐을 때였다. 대표적인 행동주의 공매도 투자사인 시트론 리서치(Citron Research)와 머디워터스(Muddy Waters)가 연달아 ‘사기다’라는 공개 보고서를 내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지난 5월 중국 교육 플랫폼 GSX테크에듀는 머디워터스의 사용자 부풀리기 의혹 제기 직후 주가가 7% 넘게 급락했고, IT 회사 아이디어노믹스는 힌덴버그 등 여러 공매도 세력의 공개 저격으로 주가가 최근 3개월 새 60% 넘게 하락했다.

대형 투자은행도 아닌데, 주가는 이 공매도 행동주의자들의 주장에 왜 이렇게 출렁이는 것일까. 또 이들은 왜 기업의 '뒤'를 캐는 데 이렇게 혈안이 됐을까. Mint가 시트론 리서치의 앤드루 레프트(50) 대표, 머디워터스의 칼슨 블록(43) 대표, 그리고 투자 업계 전문가 7명을 인터뷰해 최근 국내 투자자를 잠 못들게 만드는 행동주의 공매도의 세계를 분석했다.

◇니콜라 이어 나녹스 사기 의혹 제기

공매도는 투자자에게 종종 ‘비명’을 유발한다. 공매도 세력은 주가가 떨어져야 이득을 보기에 일반적인 주주 입장에서는 이들의 활동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의 보고서가 늘 맞는 것도 아니다.

앤드루 레프트 시트론리서치 대표 /시트론 리서치

인터뷰한 증시의 이 ‘현상금 사냥꾼’들은 스스로를 정의의 수호자라 포장하지 않았다. “카이사르처럼 영웅 대접은 못 받지만, 이게 내 성격에 맞는 돈 버는 방법”(블록 대표)이라고 까놓고 얘기했다. 레프트 대표의 이야기다. “미국에서는 특정 기업을 공매도하고 사기 의혹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다. 허락된 방식으로 투자를 하는데 뭐가 문제인가? 내 목적은 사기 행각을 벌여 시장을 흐리는 기업을 찾아내고, 그럼으로써 돈도 버는 것이다.”

두 대표는 지난주 나녹스를 공매도한 이유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나녹스는 차세대 의료용 방사선 촬영 기술을 내세운다. 블록 대표는 “나녹스 기술이 진짜인지를 여러 방사선 전문가에게 물었다. ‘제2의 테라노스(Theranos·미국 바이오 사기 기업)’란 답을 여럿 들었다”라고 했다. “그 어느 곳에서도 나녹스의 기술로 찍은 사진 한 장을 찾을 수 없다” "이 투자에 관여한 김일웅 SK텔레콤 홍콩법인 대표가 스톡옵션으로 막대한 차익(23일 기준 3500만달러)을 챙겼다는 것은 이해 상충 소지가 있다”라고도 했다.

레프트는 블록보다 말투가 훨씬 거칠었다. “한국 투자자들은 너무 순박하다(naive)”고 잘라 말했다. “경쟁자들이 연구·개발비로 수십억달러를 쓰는 마당에 750만달러를 들여 우월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이걸 믿다니 한국 투자자, 너무 순진하지 않은가." 이들이 인터뷰에서 반복한 말은 “사실이라 하기엔 과도하게 좋다(Too good to be true)”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적절한 기술 검정을 한 뒤에 투자했다”며 "김일웅 대표건은 작년 12월쯤 이미 다 공개됐던 내용이며, 그가 (스톡옵션을) SK텔레콤 투자 유치 이후 받은 것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직원 7명 “조사 요원 1500명 동원했다”

통상적인 월가(街) 엘리트는 보통 대형 투자은행(IB)과 명문 MBA(경영대학원)를 거쳐 사모펀드·헤지펀드에 입사한다. 그러나 공매도 행동주의자들은 다르다. 대부분은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투박한 보고서를 내며 경력을 쌓는다. 레프트는 2000년대 초반 금융회사 영업직 입사를 거절하고, 로스앤젤레스에서 홀로 공매도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 블록 대표는 “로스쿨 졸업 후 중국에서 창고 사업을 벌이다 중국 기업인들의 상습적인 거짓말을 목격하곤, 공매도 투자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힌덴버그 리서치의 네이선 앤더슨 대표는 창업 직후 한 기업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썼다가 고소를 당해 빈털털이가 되고 임신한 약혼자와 집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후에도 빠듯한 삶을 이어가던 중 이번 니콜라 공매도로 드디어 큰돈을 벌었다.

이들은 직접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보고서를 뿌린다.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우군을 모으는 식으로 ‘게릴라전’을 펼친다. 레프트 대표의 이야기다. “일단 대중 앞에 진실을 꺼내보이고 시장이 어떻게 결정하는지 보는 게 제 일입니다.”

주가가 반 토막 날 정도로 보고서가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월가 리포트에선 보기 어려운 자극적인 언어, 그리고 탐정에 버금가는 뒷조사 때문이다. ‘목표 주가 0달러’(시트론의 나녹스 보고서), ‘근본적으로 망가진 비즈니스’(머디워터스의 루이싱커피 보고서), ‘거짓말로 점철된 거대한 사기극’(힌덴버그의 니콜라 보고서) 등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문구들이다.

카슨 블록 머디워터스 대표 /로이터

올해 1월 머디워터스가 공개한 중국 루이싱커피(Luckin Coffee) 보고서는 뒷조사의 방대한 스케일을 보여준다. 루이싱커피는 ‘핀테크 카페 사업’을 내세워 2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한 회사다. 지난해 12월 매장 수가 스타벅스를 추월한 4910개로 늘었다. 이를 의심스럽게 지켜본 블록 대표는 “매출이 부풀려졌는지 가늠하기 위해 총 1500명의 ‘요원’을 고용해 981곳에 파견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지만 정작 블록 대표가 고용한 정규직 직원은 7명에 불과하다.

그는 매장 내부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동영상 1만1260시간분을 촬영하고, 고객 영수증은 2만5843장을 확보했다. 이를 근거로 루이싱 측이 2019년 4분기 실적을 각각 69%, 88%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89페이지짜리 이 보고서를 계기로 루이싱커피의 분식회계가 드러났고, 결국 지난 5월 상장폐지됐다. 머디워터스라는 회사 이름은 손자병법 20계인 ‘혼수모어(混水摸魚·혼탁한 물에서 고기를 잡는다)’에서 따온 것인데, 말 그대로 혼란 속에서 대어를 낚은 것이다.

레프트 대표의 ‘시트론 리서치’는 1인 기업이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본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며 “언제든 전화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비서도 없기 때문에 극적으로 통화가 연결되기까지는 닷새가 걸렸다.

머디워터스가 지난 1월 말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루이싱커피 공매도 보고서의 일부. 이들은 중국 내 4900여개 매장 중 981곳에 요원 1500명을 파견해 고객과 배달원이 받아가는 커피잔 수를 세어봤다고 주장했다. 또 1만명 이상의 고객들에게 영수증 2만 6000장 가량을 확보했다며 일부를 증거 사진으로 첨부했다.

◇믿기 힘든 말을 하는 기업부터 조사 시작

그렇다면 공매도 투자자들은 어떻게 먹잇감을 찾아나서고 있을까. 즉 어떤 기업이 공매도 행동주의자들의 공격에 취약할까. 블록 대표의 답변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상장을 전후해 ‘사실로 믿기엔 너무 놀라운 주장’을 펴는 기업이 있다면 일단 주목한다. CEO가 너무 요란하게 나서서 회사 홍보를 하는 기업, 허풍에 가까운 극단적 비전을 제시하는 회사도 수상하게 본다. 또 화려하지만 알아듣기 어려운 조어를 쓰는 회사도 의심한다. 이런 기업들을 하나둘씩 기초 조사 하다 보면 어디를 집중적으로 캐야 할지가 대략 보인다." 그는 나녹스를 예로 들며 ‘영상 스캐너 시장에 변혁을 일으킨다’는 목표나 ‘MsaaS(Medical Screening As a Service)’ 같은 어려운 조어에 주목했다고 했다.

시트론리서치가 공개한 나녹스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골든바인 인터내셔널 컴퍼니’의 주소지를 찍은 사진. 나녹스 투자사 측은 이 사진을 두고 “실제 건물 위치를 확인하지 않고 허름해 보이는 건물 사진을 보고서에 게재했다”고 반박했다. /시트론리서치

레프트 대표의 이야기도 비슷했다. “사실로 믿기엔 어려운 말들을 하는 기업을 겨냥한다. 상당수가 결국은 거짓말로 드러나고 이런 기업을 노리면 (공매도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는 적을 만들기 좋다. 이들은 하지만 워낙 적이 많아서인지, 웬만한 비난엔 초연하다고 했다. 레프트 대표는 “사기 의혹을 제기하면 반대로 내가 사기꾼으로 몰리는 상황은 매번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블록 대표에게 한국 기업을 공매도할 계획은 없느냐고 물어봤다(한국은 코로나 경제 위기 때문에 지금 공매도가 금지된 상태지만 원래는 기관투자자에게 공매도를 허용한다). 그는 “노(no)”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인들은 ‘애국 투자’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몇 년 전에 한 헤지펀드가 공매도하던 한국 기업을 눈여겨본 적은 있어요. 그런데 한국 투자자들은 외국 회사가 공매도를 한다고 하면, 이를 방어하는 것을 애국적 의무로 생각하는 듯하더군요. 이런 시장은 관심 없습니다." 오로지 시장 논리만이 증시를 지배하는, ‘현상금 사냥’이 돈이 되는 시장만 찾는다는 것이다.

◇공매도 실패도 잦다, 테슬라는 공매도 무덤

‘현상금 사냥꾼’들이 언제나 성공만하는 것은 아니다. 머디워터스는 지난해 7월 홍콩에 상장된 중국 최대 스포츠웨어 브랜드 ‘안타스포츠’의 회계 부정을 주장하며 109쪽짜리 매도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서 안타스포츠의 매장 수와 매출이 과장됐다고 지적했지만, 안타스포츠 주가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시트론이 꾸준히 주가 하락을 점친 회사 중엔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파이도 있다. 시트론은 2017년 당시 120달러에 거래되던 쇼피파이의 목표 주가로 60달러를 제시했다. 당시 쇼피파이 주가는 일시적으로 급락했지만 최근엔 아마존에 버금갈 이커머스 회사라는 전망 덕분에 9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지난 7월 자사 온라인몰에서 판매했던 '테슬라의 짧은 바지(Tesla short shorts)'. 올 한여름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신을 괴롭히던 공매도(short) 세력을 조롱하기 위해 일부러 제작해 내놓은 상품이다. 뒷편엔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명을 적어뒀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공매도 투자자의 ‘무덤’이다. 엔론 회계 부정을 예견하고 공매도했던 짐 체이노스 키니코스 어소시에이츠 CEO, 리먼브러더스 공매도로 거액을 챙긴 데이비드 아인혼 그린라이트캐피털 CEO 등 전설적인 공매도 투자자들이 테슬라를 공매도했다가 실패했다. 이들은 테슬라가 차량 판매 실적이 아닌 CEO 비전만으로 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렸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리라고 믿었다. 결과는 정반대다. 테슬라 주가가 올해 무서운 기세로 급등하면서, 공매도 투자의 ‘전설’들은 조롱에 시달렸다. 금융 데이터 분석사 S3파트너스는 테슬라 공매도 세력이 올해 들어 1월부터 8월까지 254억달러(약 30조원) 손해를 입었다고 추정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 세력의 주장이 늘 맞지도, 늘 틀리지도 않는다”며 “공매도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기보다는 신기술을 내세우는 기업을 투자할 때 좀 더 면밀히 살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취재 후기: 마감 후 #mint

남민우 기자

‘서학개미’들이 워낙 똑똑해지다 보니 최근 국내 주식 게시판엔 미국 전문 투자자도 생소한 종목들이 종종 거론됩니다. 예를 들어, ‘Granite Point Mortgage Trust’라는 노인 요양원 모기지 리츠 주식은 국내 투자자들이 이 회사 앞 글자를 변형해 ‘김포모텔’이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했죠. 이 주식 가격이 급등하자 어리둥절한 미국 개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 게시판에서 화제가 된 주식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국내 주식도 속사정을 알기 힘든데 미국인에게도 생소한 주식에 국내 개미 투자자의 돈이 몰린다는 점입니다. 사기 의혹이 제기된 나녹스도 국내 투자자가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습니다. 저도 몇 달 전 잘 알지 못하는 미국 주식을 귀동냥으로 ‘뇌동매매(남들 따라 주식을 매수)’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두 달 전 영문도 모른 채 보름 만에 60%가 넘게 폭락해 우왕좌왕했죠. 며칠 후에서야 가격을 떨어뜨린 주도 세력이 전문 공매도 행동주의자인 ‘머디 워터스’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수십 쪽짜리 보고서를 읽어보니 불쑥 화가 나기도 하면서도, 잘 알지 못하다 보니 한숨만 푹푹 내쉴 수밖에 없었죠.

미국의 대표적인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특정 기업은 왜 매도했는지 물어봤습니다. 답변은 간단했습니다. “내 눈엔 끔찍한 사기다.” 공매도 투자자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지는 자유입니다. 다만, 이들의 공개 저격이 카카오톡·유튜브에서 몇 마디 주워 듣고 ‘가즈아’를 외치는 파티 분위기에 조금은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나스닥 카지노’에서는 공매도 세력에 당해도 한국과 달리 아무도 당신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을 테니까요. ‘나는 잘 아는 주식만 산다’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격언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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