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요즘 방탄소년단(BTS) 인기가 대단합니다. 빌보드 싱글 차트(핫 100) 1위에 오르다니, 믿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빌보드 앨범 차트(빌보드 200)에선 이미 4차례 1위에 올랐습니다. ‘빌보드 200’은 온라인 세상뿐 아니라 실물 음반(CD·LP 등) 판매량까지 집계해 순위를 매깁니다.

그런데 하나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BTS의 팬 중엔 젊은이들이 많은데, 이들이 BTS의 CD나 LP를 대거 산다는 점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음악을 주로 스마트폰 스트리밍 등으로 듣습니다. 예전처럼 CD플레이어나 턴테이블을 보유한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BTS CD는 한국에서만 2000만장 넘게 팔렸다고 합니다. 이번 신곡 ‘다이너마이트’ LP도 일찌감치 품절됐고요. 왜 요즘 젊은이들은 음악은 스마트폰으로 들으면서 CD를 이렇게 많이 사는 걸까요?

젊은이들이 BTS CD를 사는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지만, 여러 원인 중 하나로 ‘파노폴리(Panoplie) 효과’를 꼽을 수 있을 듯합니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알린 개념인데, 파노폴리란 프랑스어로 ‘집합’을 뜻합니다. 어떤 물건을 사서 쓰면 그 물건을 사용하는 특정한 집단에 소속된다는 느낌을 가지게 해주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어떤 물건의 가치 그 자체보다는, 그 물건이 가져다주는 동질감·소속감 등 심리적 만족감 때문에 이를 구입한다는 뜻입니다.

/매진된 BTS LP

원래 CD나 LP의 기능은 음악을 저장해 재생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구입하는 사람이 반드시 그 기능(음악 듣기)만을 노리고 돈을 쓴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보단 이 CD 등을 구입함으로써 ‘진짜 팬’이라는 집단에 들어간다는 동질감·소속감과 뿌듯함을 느끼기 때문에 지갑을 여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심리에 발맞춰 BTS CD엔 구매자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자랑하기 좋은 각종 사진, 스티커, 엽서 등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주변에서 파노폴리 효과의 다른 예를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밥값보다 비싼 유명 브랜드 커피를 마시면서 뭔가 ‘만족한다’란 느낌을 받는 것, 월급을 다 쏟아부어서라도 유명인이 방송에 들고나온 특정 브랜드의 명품백을 구입하는 행위 등입니다. 마이클 조던의 이름을 딴 ‘에어 조던’ 운동화를 막대한 돈 주고 구입하는 심리도 비슷합니다. 조던처럼 되지는 못하더라도, 조던과 연결된 어떤 집단에 소속된다고 믿는 것이지요.

가끔 쓸까 말까 해서 ‘쓰기’라는 본연의 기능은 미미해진 고급 만년필, ‘시간을 확인한다’란 원래 기능은 사실상 불필요해진 값비싼 명품 시계 등이 여기 들어갑니다. 바꿔 말하면 이들은 변화하는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가치의 포지션을 잘 바꿨기 때문에 살아남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주판처럼, 트렌드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과거의 가치만 고집하다가 시장에서 도태되는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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