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허브에 공개된 '동료 스킬' 소개 페이지./깃허브

“동료가 퇴사하며 정리되지 않은 문서 더미만 남겼나요? 전임자가 3년 치 업무를 단 3페이지로 요약해 인수인계했나요? 차가운 이별을 따뜻한 스킬(skill)로 바꿔보세요!”

이달 초 세계 최대 오픈소스 개발 커뮤니티인 깃허브(GitHub)에는 이런 소개 문구와 함께 ‘동료 스킬(colleague.skill)’이라는 AI 에이전트용 프로젝트가 올라왔다. 이를 개발한 중국인 개발자 저우톈이(周天奕·24)는 “사내 업무 메시지, 이메일 등 자료와 해당 인물에 대한 주관적인 설명을 제공하면 그 사람처럼 행동하는 인공지능(AI)을 얻을 수 있다”며 “사이버 불멸(cyber-immortality)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썼다. 인간 직장 동료가 사라져도, 그의 지식과 능력을 복제한 ‘AI 페르소나’를 만들어 영구적으로 일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중국을 휩쓴 오픈클로 AI 에이전트 개발 열풍의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다. ‘동료 스킬’은 그중에서도 인간 고유의 업무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라는 이유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깃허브에 공개된 지 약 3주 만에 1만3400 스타를 기록했다. 스타는 깃허브의 ‘즐겨찾기·좋아요’ 기능이다. 1만개 이상 스타를 얻는 인기 프로젝트는 깃허브에 올라와 있는 전체 프로젝트의 0.1%에 불과하며, ‘1만 스타’ 선을 이토록 짧은 기간 안에 넘어서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그만큼 ‘동료 스킬’이 개발자 업계는 물론, 사회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인간의 직무 능력, 복제될까

최근 중국에서 화제인 동료 스킬을 풍자하는 밈 이미지. "나의 스킬은 이미 업로드 됐다. 내 자리는 비워졌다"라고 쓰여있다./웨이보

‘동료 스킬’의 핵심은 특정인의 업무 능력을 복제한다는 데에 있다. 먼저 특정 직원의 업무용 메신저 대화록, 이메일, 작성한 코드나 문서를 학습시킨다. 이를 통해 해당 인물의 말투, 의사 결정 기준, 업무 지식이 복제된 ‘AI 페르소나’가 생성된다. 예컨대 “김 대리, 지난달 발주한 물량이 얼마였지?“라고 AI에이전트에 물어보면, 이미 퇴사한 김대리가 직접 대답하는 것처럼 AI가 정확한 숫자를 답해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선 ‘동료 스킬’을 써서 전임자와 대화 기록, 그가 짠 코드, 이메일 등을 학습시켜 ‘복제’한 사례도 올라오고 있다. 학습을 마친 AI 에이전트는 “저는 퇴직한 직원 왕밍의 디지털 신분입니다. 저는 제가 재직 기간 작성한 문서를 기반으로 답변합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한다. 이후 그에게 개발 업무를 주면, 실제 왕밍씨가 할 법한 방식으로 코드를 짜고, 그가 자주 쓰던 이모티콘을 곁들여 대화까지 한다는 것이다.

‘동료 스킬’이 공개된 후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동료연성’, ‘#인간증류’, ‘#사이버영생’과 같은 해시태그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텅 빈 책상 앞에 놓인 의자에 ‘내 스킬은 이미 업로드되었음. 내 자리는 비워졌음’이라는 문구가 쓰여진 ‘밈(패러디 콘텐츠)’ 이미지가 빠르게 퍼지기도 했다. 중국 IT 매체 타이메이티는 “기술 광풍 속에서 인류가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는 게 아닌지 섬뜩해진다”고 평가했다.

논란이 커지자 동료 스킬 개발자 저우씨는 중국 펑파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단 4시간 만에 동료 스킬을 개발했다”며 “이 기술로 만들어낸 AI 에이전트는 진짜 인물과 거리가 크다”고 해명했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할 수 있는 것은 반복적인 업무로, 진짜 사람의 판단력과 창의력, 적응력 등은 아직 배울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저우씨가 시작한 ‘특정인 복제 AI’ 프로젝트는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동료 스킬에서 변형을 준 ‘상사 스킬’, ‘담임 스킬’ 등이 우후죽순 등장했고, 심지어는 짝사랑 상대를 모방한 ‘짝사랑 스킬’, 자기 자신의 AI 페르소나를 만드는 ‘영생 스킬’까지 나왔다. 수많은 아류 프로젝트가 생성되고 있는 만큼, AI 업계에선 저우씨의 의도와 다르게 특정인을 복제하는 AI 에이전트 기술이 빠르게 정교해지고 인류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료 스킬은 현재 스페인어, 일본어 등 다수의 언어로 배포되고 있지만, 한국어로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AI 법제화 필요성 대두

중국에선 동료 스킬의 출현에 따라 AI 에이전트 법제화 논의도 불붙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일보는 “직원의 전문 지식과 직무 능력은 인간 고유의 자산으로, 아무런 대가 없이 AI 에이전트 학습에 쓰여서는 안 된다”며 “이 같은 기술을 방임할 경우 고조되는 불안감이 노동시장 질서를 뒤흔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챗GPT 출현 후 미국 빅테크가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중국 청년 실업률이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 동료 스킬 같은 기술은 고용 시장 불안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AI가 업무 능력을 탈취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최근 깃허브에는 AI가 혼란을 느끼도록 일부러 내 업무 데이터를 오염시키는 ‘안티 증류 스킬’이 공개됐다. 펑파이신문은 “기술의 발전은 개인의 노력으로 막기가 어렵다”며 “빠른 법제화로 권리 회색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