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소속 관계자들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성과급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회사 측에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던 노조가 지난주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자 요구 조건을 더 높인 것이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3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노조 요구대로 15%를 성과급으로 준다면 최대 45조원에 달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7일 57조2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 실적을 발표하자, 노조는 삼성전자의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가정하고 여기에 15%를 적용한 40조5000억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 협상이 결렬된 상태에서 요구 조건을 더 높인 것이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재원으로 설정한 영업이익의 10%를 넘어선 것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15%(40조5000억원)는 작년 회사가 400만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약 11조1000억원)의 4배 규모다. 또 작년 삼성전자 연구개발(R&D) 투자 비용(37조7000억원)보다 많다. 노조 측 계산에 따르면 이 경우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소속 직원은 1인당 성과급으로 세전 기준으로 평균 6억2000만원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규모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인공지능(AI) 시장을 둘러싼 전 세계 투자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자칫 노조에 발목 잡혀 초격차 확보를 위한 투자와 R&D, 인수·합병에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40조원이면 경쟁력 있는 글로벌 반도체 설계 회사나 AI 업체를 인수하며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할 수 있는 규모라고 주장한다. 2020년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할 때 들인 돈은 약 10조3000억원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6년 인수한 하만 인터내셔널의 가격은 당시 약 9조원이고, 2025년 인수한 유럽 최대 공조기기업체 플랙트 그룹은 2조4000억원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구성원들과 어느 정도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터무니없는 금액을 챙긴다면 회사 장기 성장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며 “차세대 기술 및 설비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