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의 암호학자 애덤 백(Adam Back·56) 블록스트림 최고경영자(CEO)가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가상 화폐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의 실제 인물로 지목됐다. 하지만 애덤 백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 시각) ‘비트코인의 거대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퀘스트’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퓰리처상을 두 차례 받은 탐사 보도 기자 존 캐리루가 18개월간 취재한 것으로, 여러 단서를 조합한 결과 애덤 백이 사토시 나카모토로 보인다는 내용이다. 존 캐리루는 월스트리트저널 재직 시절 피 한 방울로 100여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엘리자베스 홈즈의 테라노스 거짓을 밝혀낸 베테랑 기자다.
캐리루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토시가 남긴 수천 건의 이메일과 기록물의 문체 특징을 분석했고, 가상 화폐 업계 3만4000명의 후보군과 유사점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사토시가 영국식·미국식 철자를 혼용하고, 복합 명사에 하이픈(-)을 생략하는 방식, 문장 뒤에 띄어쓰기를 2칸 하는 등의 문체적 특징이 애덤 백과 총 67개 지점에서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후보가 일치한 숫자의 2배다.
백이 1997년 비트코인 작업 증명의 기초인 ‘해시캐시’를 발명했다는 것과 1990년대 무정부주의 성향 집단인 ‘사이퍼펑크’ 회원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가상 화폐 구상을 밝혔던 점, 사토시가 등장한 후 갑자기 침묵했다가 사토시가 사라진 후 다시 발언에 나섰던 정황 등도 제시됐다.
하지만 애덤 백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백은 “내가 워낙 많은 글을 썼기 때문에 사토시 문체와 비슷한 점이 더 많았을 뿐”이라며 “이는 확증 편향의 사례”라고 했다. 백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나는 암호화, 온라인 개인 정보 보호, 전자 화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일찍부터 주목했다”며 “하지만 나는 사토시가 아니다”라고 썼다.
가상화폐 업계는 NYT 보도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비트코인 보안 기업 카사의 제임슨 롭 공동창업자는 “허술한 증거로 백에게 거대한 표적을 씌웠다”고 했다. 2009년 비트코인이 등장한 후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밝히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뉴욕타임스의 조사에도 증거는 여전히 정황에 불과하며 백의 강력한 부인으로 17년 묵은 미스터리는 여전히 미해결로 남게 됐다. 사토시는 비트코인 110만개(약 110조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까지 이를 거래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