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시스

올해 1분기 중 삼성전자가 ‘분기 매출 100조원 이상, 영업이익 50조원 이상’이란 전대미문의 영업실적을 냈다. 대한민국 기업 역사에서 처음 만들어진 기록이다.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은 삼성전자가 매일 6356억원씩 이익을 냈다는 뜻이다. 전 국민(5111만명)에게 1인당 112만원을 줄 수 있는 금액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올 2분기와 하반기에도 높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바탕으로 막대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금보다 비싸진 D램

삼성전자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은 D램 반도체 가격이 급등한 덕분이다. AI가 확산하면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HBM은 D램 반도체를 아파트처럼 쌓아서 만드는데, 반도체 업체들이 D램 생산 라인을 HBM 생산으로 바꾸면서 D램 공급량이 부족해졌다. AI 데이터센터와 서버에는 HBM 외에도 서버용 D램이 들어가는데, 이 반도체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가격이 수직 상승했다.

작년 1월 1.35달러였던 D램 고정 거래 가격은 3월 말 13달러가 됐다. 7일 현재 서버용 최신 D램인 ‘DDR5 16Gb 4800/5600’은 단품 칩 1개 가격이 37달러에 달한다. 1g당 가격(32만7749원)이 금(22만4630원)보다 비싸다. 이 칩 가격은 작년 6월 6.01달러였다.

D램 가격 폭등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세계 3대 메모리 기업 중 생산 캐파가 가장 큰 1등 기업 삼성전자에 가장 큰 이익을 안겨주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1등 기업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과감한 가격 정책과 유리한 가격 구조 설정 등을 통해 이익 극대화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선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 중 메모리 사업 이익이 5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은 1조6000억원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 사업부는 4조원, 가전 사업은 1000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올 한 해 영업이익 300조원 돌파하나

시장에선 이번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올해는 물론이고 최소 2027년 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전쟁이 계속되지만, AI 관련 투자와 이에 따른 반도체 수요 폭증 구조는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5대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는 작년보다 69% 늘어나 7000억달러(약 105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2분기 D램 가격이 1분기보다 58~63%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 업체들이 설비를 늘리고 있지만, 2027년이 돼야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D램 공급난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추론 AI에 필수적인 메모리 탑재량 증가 추세는 수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삼성전자는 2026년 327조원, 2027년 488조원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글로벌 1위 기업에 오를 전망”이라고 했다. 올해 영업이익 세계 1위인 엔비디아와 격차를 30조원으로 좁히고, 내년 엔비디아를 앞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다.

리스크도 있다. 이란 전쟁 장기화와 세계 경제 위축으로 빅테크들이 AI 투자 속도를 조절할 경우 수퍼 사이클이 조기에 끝날 수 있다. 또 너무 비싸진 메모리가 IT(정보통신) 제품 가격을 끌어올려 수요 자체가 줄어들 위험도 있다.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7%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것이 그런 위험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