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에서 한 취업준비생이 AI(인공지능) 면접을 보고 있다. /박성원 기자

인공지능(AI)이 청년층의 ‘첫 출근’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게 면접 기회를 준 회사는 멕시코 식당 ‘치폴레’뿐이었다.” 작년 10월 미국 뉴욕타임스가 컴퓨터공학 전공 졸업생의 구직난 사례를 보도하며 화제가 됐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실제 데이터가 제시된 것이다.

미국 AI 기업 앤스로픽이 지난 5일 발표한 ‘AI가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빅테크에서 AI로 인한 대규모 해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통념과 달리 생성형 AI 등장 이후 AI 노출 위험이 높은 직군의 실업률이 뚜렷하게 상승했다는 증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기업들이 신입 채용 자체를 줄이면서 ‘채용 장벽’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까지 나온 데이터를 보면 ‘AI 발(發) 해고는 없다. 그러나 채용도 없다’는 게 중론이다.

◇“AI발 해고도 채용도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AI 노출 위험도가 높은 직군에서 젊은 근로자(22~25세)의 고용률은 2022년 대비 6~16%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퇴직 증가보다는 채용 속도 둔화의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빅테크 구조조정 역시 AI 때문이라기보다 경기 둔화에 따른 비용 절감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2월 인도에서 열린 AI임팩트 서밋에서 “AI가 경제 전반에 걸쳐 지속하는 대규모 해고의 원인으로 잘못 지목돼 ‘희생양’이 됐다”며 “일부 기업이 원래 단행하려던 감원을 AI 탓으로 돌리는 ‘AI 워싱’이 존재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타델 증권 역시 2월 ‘2026년 글로벌 지능 위기’ 보고서에서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단계에 임박했다면 업무 현장에서 AI의 ‘일일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데이터가 신호를 보낼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데이터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일자리 대체 위험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AI 비용, 인간보다 90% 이상 저렴해

AI로 인한 대량 해고 추세는 명확하지 않지만 기업들 사이에서 “신입 한 명을 뽑는 것보다 AI 에이전트(비서) 10개를 돌리는 것이 낫다” 등의 얘기가 나오면서 신입 채용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 에이전트의 업무당 비용은 인간보다 90% 이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스탠퍼드대와 카네기멜런대 연구진이 작년 10월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AI 에이전트는 인간보다 평균 88.3% 더 빨리 결과를 제공하고 업무당 처리 비용 역시 0.94~2.39달러로 인간(24.79달러)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연구진이 데이터 분석·코딩·글쓰기·디자인 등 16개 분야에서 AI 에이전트 64개와 숙련된 화이트칼라 전문가 48명을 비교한 결과다. 다만 업무 성공률은 인간이 평균 84.6%로 AI(47.3%)보다 높았다.

◇“앞으로 노동시장 충격 커질 수도”

앤스로픽은 보고서에서 “현재 AI의 실제 활용 범위는 이론적 잠재력에 비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AI 모델 ‘클로드’는 컴퓨터·수학 분야에서 이론적 최대 역량의 33%만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법적 규제와 검증 절차, 특정 소프트웨어 환경 등이 기술 확산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과 함께 AI가 적용되는 업무 범위가 확대될 경우 노동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칼 베네딕트 프레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최근 채용 축소는 AI뿐 아니라 금리 인상과 무역 불확실성 등 복합 요인의 영향”이라며 “기업들은 단순 업무 인력 수요는 줄이면서도 미래 성장을 이끌 인재는 여전히 필요로 하는 모순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