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중에 있는 TSMC 팹(반도체 생산공장)./TSMC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지난해 연간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 격차를 삼성전자와 더 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 수요가 늘어나며 초미세 공정 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TSMC의 파운드리 지배력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12일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상위 10개 기업의 연간 매출은 총 1695억달러(약 253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6.3% 늘어난 역대 최고 기록으로, 대부분 증가분은 TSMC에서 나왔다.

TSMC는 지난해 1225억 4000만달러(약 183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69.9%를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6.1% 가파르게 오른 수치다. 시장 점유율 역시 전년 대비 5.5%포인트 올랐다. AI 반도체·TPU 등과 함께 신규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용 웨이퍼 주문이 늘어난 것도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2위 파운드리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26억3000만달러(약 19조원)로, 점유율 7.2%를 기록했다. 이는 각각 3.9%, 2.2%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그 결과 TSMC와 삼성전자의 연간 점유율 격차는 2024년 55%포인트에서 지난해 62.7%포인트로 벌어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DS)의 지난해 전체 매출(130조1000억원) 중에서 파운드리 사업의 매출 비율은 15% 미만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0% 수준에 불과한 3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미세 공정의 수율 문제로 고객 이탈이 잇따랐고, 그 결과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연말부터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며, 삼성전자 HBM의 로직 다이 생산을 맡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부의 매출도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6.7% 급증했다. 올해 삼성전자가 HBM4 세계 첫 양산으로 경쟁사에 앞서가며 파운드리 사업부도 이에 따른 매출 증가를 누리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3위인 중국 SMIC는 중국 내 반도체 제조 수요가 늘어나며 전년 대비 16.2% 증가한 매출 93억27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0.38%포인트 소폭 하락한 5.32%로 집계됐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주요 완제품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하반기 반도체 주문과 팹(공장) 가동률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