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앞으로 여러 사양으로 ‘급 나누기’를 한 AI(인공지능) 가속기 제품군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차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급 제품에는 최고 성능의 HBM이, 중·보급형 제품에는 조금 낮은 사양의 HBM이 사용되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이 분할해온 HBM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을 다양한 성능(스펙)의 제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이는 HBM4를 탑재한 최신 제품을 집중적으로 내놓은 한편, 이보다 낮은 성능의 제품을 더 저렴하게 내놓아 자사의 제품군을 보완하려 한다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엔비디아가 ‘듀얼 빈(Dual Bin)’ 공급 전략을 펼칠 것”이란 말도 나온다.
듀얼 빈이란 하나의 동일한 제품군 안에서 스펙을 두 개 이상의 등급(Bin)으로 나눠 공급하는 전략이다. 예컨대 11.7Gbps(초당 기가비트) 이상의 최고 속도가 가능한 HBM4를 탑재한 제품과 그 아래 구간(10Gbps대)의 제품을 함께 내놓으면, 고객사가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외에도 구글, AMD 등 AI 가속기 기업들이 범용부터 최고 수준의 제품을 개발하면서 HBM 역시 다양한 성능의 제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HBM 공급사 간 경쟁 전략이 차별화한 데 따른 것이다. 직전 세대까지 경쟁사에 뒤처졌던 삼성전자는 최고 성능의 HBM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HBM4는 국제반도체 표준협의기구(JEDEC)의 표준인 8Gbps를 약 46% 상회하는 11.7Gbps의 동작 속도를 구현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성능 확보와 동시에 안정적인 물량 공급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직전 세대인 HBM3E까지 엔비디아의 대부분 물량을 공급해 온 만큼, HBM4에서도 엔비디아에 60~70% 정도 물량을 공급할 것으로 반도체 업계는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에 이어 조만간 HBM4를 양산해 출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