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업계가 올해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요소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본격 양산을 앞두고, HBM용 반도체 장비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의 견제에 대항해 반도체 핵심 공정 장비들을 자체 개발해 HBM 양산 속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인 베이팡화촹·마이웨이·화줘징커 등은 HBM 특화 장비를 속속 내놓고 있다. HBM은 D램 메모리를 여러 층 쌓아 만든다. D램을 쌓고 전기 연결을 하기 위해 수직 연결 통로를 만드는 식각(에칭) 공정, 하나의 칩으로 묶는 패키징 공정 등 기존 범용 D램 제조와는 다른 HBM 특화 장비가 필요하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범용 D램 중심의 투자에서 벗어나 HBM 생산을 위한 전용 공정과 설비 확충에 역량을 쏟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식각 장비 시장 점유율 1위인 베이팡화촹은 증착(웨이퍼 표면에 얇은 막을 씌워 전기적 특성을 추가하는 것)과 세정 등 HBM 제조용 핵심 공정 장비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마이웨이는 여러 개의 D램을 묶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를 개발했고, 화줘징커는 HBM 패키징에 필요한 장비를 갖췄다.
중국은 HBM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 규제 품목으로 지정되면서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HBM을 양산해 공급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뿐이다. 중국이 HBM 양산을 위해 수입을 대체할 국산 반도체 장비 개발과 기술 내재화에 사활을 건 이유다.
중국 메모리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올해부터 4세대 HBM인 HBM3와 5세대인 HBM3E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CXMT는 지난해 DDR5 등 최신 D램 제품을 출시하며 외국 업체들과 기술력과 생산능력 격차를 줄인 데 이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AI 반도체 기업에 HBM 샘플을 공급하며 본격 양산을 예고했다. 중국 낸드플래시 1위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도 HBM 개발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