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연내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최아리 기자

전세 사기 피해를 계약 체결 이전 단계에서 미리 감지하기 위한 인공지능(AI) 모델이 정부 주도로 개발됐다. 정부는 향후 실제 대국민 서비스로 발전시킬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9일 머신러닝 기반 ‘전세 사기 AI 사전 탐지 모델’ 정책 연구 용역을 마무리하고, 한정된 데이터 환경에서도 전세 사기 고위험군의 약 60%를 사전에 포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10월 착수됐으며, UNIST 이용재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진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한국신용정보원 등과 협업해 약 300만건의 전세 계약 정보와 임대인 신용 데이터를 결합했다. 이를 통해 계약 체결 이전 단계에서 전세 사기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시범적으로 구현했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개인 식별 정보는 제거하고 폐쇄형 분석 환경에서 연구가 진행됐다.

또 분석 결과, 전세 사기 위험을 판단하는 데 있어 주택의 물리적 특성보다 임대인의 대출 규모, 대출 금리 수준, 최근 연체 이력, 비제도권 금융 이용 여부 등 금융 지표가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활용 가능한 데이터의 범위와 품질이 확대되면 모델 성능은 더 고도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를 진행한 이 교수는 “과거 데이터 패턴을 학습해 미래 전세 사기 위험을 능동적으로 감지하는 모델 개발을 시도했다”며 “향후 전세 사기 예방 정책을 설계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삼 한국신용정보원 원장은 “전세 계약 단계에서 활용 가능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토부 등 관계 부처와 공공기관은 이번 연구를 실제 대국민 서비스로 확장하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체납 정보와 등기 정보 등 핵심 데이터의 추가 공유와 결합을 위한 협의도 이어간다. 또 AI 활용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해석해 특정 임대인에게 낙인을 찍는 ‘소셜 스코어링’ 부작용을 막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