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삼성전자가 사상 첫 분기 영업이익 20조원 문턱을 넘어섰다. 이는 한국 기업 중 어느 곳도 도달하지 못했던 신기록이자, 약 7년 만에 삼성전자 자체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갈아치운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 3분기에 17조 5700억원의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었다.

그래피=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삼성전자는 8일 4분기 잠정 매출이 1년 전보다 22.71% 상승한 93조원, 영업이익은 208.17% 늘어난 20조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4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매출 90조 6016억원, 영업이익 19조 6457억원을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매출 역시 전분기에 달성한 역대 최고치(86조 1000억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이날 2025년 잠정 연간 매출이 전년비 10.6% 오른 332조 77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 사상 최고 연간 매출 기록이다.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비 33% 오른 43조 53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작년 12월 22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를 방문해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기록적인 실적을 이끈 것은 반도체 부문(DS)이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경쟁으로 메모리 반도체 제품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품귀 현상을 빚었고, 가격이 전례 없이 폭등했다. 과거 PC교체 수요·초기 클라우드 투자 등으로 견인됐던 호황과 다르게, 이번 사이클은 빅테크의 천문학적인 AI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 및 투자에 따른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시장 역사상 가장 큰 호황기였던 2018년을 넘어서는 ‘하이퍼-불(Hyper Bull·초강세장)’에 진입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삼성전자를 이끄는 반도체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부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DS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이 약 16조~1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DS부문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뜻으로, 지난 3분기의 57.4%를 크게 뛰어 넘는 수치다. 스마트폰·가전 등 부문이 성장을 이끌었던 과거 수년과 다르게 메모리 반도체 일변도(一邊倒)의 새로운 수익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올 1분기 서버용 D램 고정거래가격 상승률 전망치를 60~65%로 제시했고,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D램 평균판매가격이 전년비 최대 144%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낸드플래시 제품군의 계약 가격도 올해 1분기에 33%~38% 상승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메모리 생산 능력이 가장 큰 기업이다. 여기에 다른 경쟁사 대비 증산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사이클에서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8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년 전 SK하이닉스에 내어줬던 ‘D램 1위기업’ 자리를 지난해 4분기에 탈환(매출 기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경쟁사에 비해 다소 부진했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재설계하고, 지난해부터 구글·AMD 등에 공급하는데 성공했다. 이 기세를 몰아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을 30%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KB증권은 “삼성전자는 1분기에 엔비디아·구글 등 빅테크 업체로부터 HBM4 최종 품질 승인이 예상되며, 2분기부터 HBM 출하량이 급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삼성, 수익 구조 변화

다만 메모리 반도체의 독주에 비해 삼성전자의 다른 사업부문은 큰 빛을 보지 못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및 시스템 LSI사업부는 1분기에 5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마트폰·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실적 역시 전분기 대비 다소 하락했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4분기가 내달 신제품 공개전 전통적인 비수기로, 2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TV·가전 사업을 맡고 있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와 생활가전(DA)사업부 역시 중국산 가전 경쟁 심화·고환율 영향으로 전분기와 비슷하게 1000억원대 수준의 영업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북미 기업들에 대한 OLED 공급 확대로 1조~2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