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테크 전시회 ‘CES 2026′ 전시장 곳곳에는 ‘장수(長壽)’를 돕는 기술도 등장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첨단 기술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하게 늙어가는 ‘웰 에이징(well-aging)’ 기술이다. 질병 치료 수준을 넘어 노년층의 건강 상태를 미리 점검하고, 독립적 주체로 생기 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들이다. 장수를 위한 출발점으로 ‘수면’ 역시 주목받으며, 잠을 잘 자게 돕는 슬립테크 역시 전시장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주제였다.
◇AI가 건강한 노년 챙긴다
이번 CES에는 미국은퇴자협회(AARP)와 협업해 만든 ‘에이지테크(고령화 기술)’ 부스가 처음 마련됐다. 장수와 노화가 테크 산업의 핵심 의제로 올라선 것이다. AI와 센서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빠른 질병 감지와 예측이 가능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노령층은 단순히 취약 계층이 아니라 구매력을 가진 핵심 소비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테크 업계도 가장 큰 소비 시장으로 떠오른 장수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미국 토이 랩스가 개발한 스마트 변기 커버 ‘트루 루’는 변기에서 소변과 대변을 레이저로 분석해 고령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이 있으면 보호자나 의료진에게 알린다. 이 제품은 550만건 이상의 용변 사례를 학습했다. 예컨대 소변이 붉거나 설사가 지속되면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CES 현장에서 만난 토이 랩스 관계자는 “평소처럼 화장실만 가면 자동으로 데이터가 기록된다”며 “노인 복지 시설 등에서 일일이 살펴보기 어려운 상황을 대량으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을 위한 기술도 등장했다. 싱가포르 모빌리티 기업 스트러트는 ‘ev1′이라는 전동 휠체어를 내놨다. 라이다(자율주행용 센서)와 카메라가 장착돼 장애물을 360도로 인지하고, AI로 데이터를 분석해 장애물을 회피한다. 장애물이 있으면 자동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식이다.
정서적 안정을 돕고 사고 위험을 줄이는 기술도 많다. 미국 톰봇이 개발한 ‘제니’는 새끼 리트리버처럼 생긴 강아지 로봇이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힘든 고령자나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정서적 지원을 해준다. 실제 강아지처럼 쓰다듬으면 꼬리를 흔들고, 눈을 맞춘다. 노인의 가장 큰 심리적 위험 요소인 외로움과 고립감을 완화해 줄 수 있다. 안전을 위한 모니터링 장치도 선보였다. 미국 아이가드는 가스·전기 레인지용 스마트 차단 장치를 내놨다. 레이더를 통해 주방에서 5분 동안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스토브가 꺼진다. 불을 켜놓고 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고령자의 생활 패턴을 고려했다.
◇질 좋은 수면 돕는 ‘슬립 테크’
장수 기술과 함께 잠을 잘 자게 유도하는 ‘슬립 테크(Sleep Tech)’도 이번 CES에서 각광받은 기술이다. 중국 스타립은 매트리스와 프레임, 베개로 이뤄진 스마트 침대를 공개했다. 수면 중 사용자의 움직임과 자세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침대 각도와 표면 온도 등을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잠자리에 들기 전 설정을 바꾸는 것을 넘어 수면 단계에 따라 침대 환경이 계속 변화한다.
한국 텐마인즈는 수면 관리 설루션 ‘AI 슬립봇’을 공개했다. 센서나 웨어러블(wearable) 기기를 착용하지 않아도 수면을 관리해주는 첨단 시스템이다. 평소대로 잠을 자면 수면 시간과 뒤척임 정도 등을 분석해주고, 코를 골면 베개에 공기압을 넣어 코골이를 자연스럽게 멎게 해준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장수 기술과 슬립테크는 병원 중심의 의료를 보완하면서 생활 공간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미디어그룹 CES 특별취재팀>
팀장 김성민 기자, 유지한·이정구·강다은·박지민 기자(조선일보), 임유진 기자(TV조선), 김지환·정두용·전병수 기자(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