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 시각) 오후 1시쯤 미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CES 2026 라이브’. 인공지능(AI) 칩 전략을 설명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옆으로 로봇 두 대가 등장했다. 두 발로 오리처럼 걷는 이 로봇들은 황 CEO 연설 내내 무대 위를 휘젓고 다녔다. 황 CEO는 로봇들과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걸며 연설을 이어갔다. 엔비디아가 AI 칩을 넘어 ‘피지컬 AI’ 시대까지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황 CEO는 이날 ‘피지컬 AI’ 시대를 대비한 엔비디아의 신제품과 전략을 대거 발표했다. 피지컬 AI는 센서로 세상을 인식하고, 물리 법칙을 이해해, 실제 공간에서 스스로 판단·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로봇·자율주행차가 대표적이다. 황 CEO는 지난해 CES에서 “로보틱스에서 챗GPT의 순간이 오고 있다”며 ‘피지컬 AI’를 테크 업계의 핵심 트렌드로 띄웠다. 그리고 1년 뒤인 이번 CES에서 AI 칩부터 로봇, 자동차 등에 장착하는 AI 모델과 플랫폼 서비스까지 선보이며 피지컬 AI 시대 전략을 내놨다.
이날 테크 업계 ‘수퍼스타’인 황 CEO를 보기 위해 수천 명이 행사장에 몰려들었다.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전략
엔비디아는 먼저 자율주행 차량용 AI 모델 ‘알파마요’를 선보였다. 이는 자율주행차가 인간처럼 상황을 ‘추론(Reasoning)’하고 ‘설명’할 수 있게 만드는 개방형 모델로, 사람 개입 없이 주행할 수 있는 ‘레벨 4’ 자율주행 차량용이다.
그동안 자율주행차는 미리 만든 정밀한 지도를 학습한 뒤, 이를 외워서 운전했다. 낯선 상황이나 정전으로 신호등이 고장 난 갑작스러운 변화에 바로 대처하기 어려웠다. ‘알파마요’는 단순히 센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상황을 단계별로 생각(Chain-of-thought)하고 논리적으로 가장 안전한 경로를 판단하도록 한다. 이 때문에 갑자기 변화하는 환경에도 곧바로 사람처럼 추론해 대응이 가능하다.
엔비디아는 벤츠와 협력해 향후 벤츠의 자율 주행차에 엔비디아의 칩셋과 ‘알파마요’를 탑재할 계획이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이 차량은 올해 1분기 미국에서 주행을 시작하고, 2분기 유럽, 하반기 아시아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엔비디아는 사람처럼 주변을 파악하고, 생각·추론해 행동하는 피지컬 AI에 적합한 AI 모델과 플랫폼을 공개했다. 추론 특화 AI ‘코스모스’의 새로운 버전이다. 또 코스모스를 바탕으로 로봇의 뇌 역할을 하는 ‘그루트’도 업그레이드됐다. 황 CEO는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추론하며, 행동을 계획하는 피지컬 AI 모델의 도약은 완전히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또 로봇 분야에서 여러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황 CEO는 대표적으로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 LG,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등을 거명하며 피지컬 AI 생태계 확산을 강조했다.
◇“차세대 칩 루빈 완전 생산”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도 이날 공개했다. 이는 2024년 공개한 블랙웰 뒤를 이은 최신 모델로, 블랙웰보다 AI 추론에서 5배, 학습에서 3.5배 성능을 보인다고 엔비디아는 설명했다. 황 CEO는 “차세대 칩은 현재 ‘완전 생산(full production)’ 단계에 있다”며 “챗봇 등 AI 앱을 구동할 때 기존 제품 대비 최대 5배의 AI 연산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빈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메모리 기업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루빈에는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가 탑재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량 공급을 위한 최종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조선미디어그룹 CES 특별취재팀>
팀장 김성민 기자, 유지한·이정구·강다은·박지민 기자(조선일보), 임유진 기자(TV조선), 정두용·김지환·전병수 기자(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