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 로고가 붙어있는 유통점./연합뉴스

직장인 A씨는 지난 4일 사용하던 알뜰폰 요금제를 해지하고 SK텔레콤으로 번호 이동을 했다. 쓰던 휴대폰 기기는 그대로 두고 통신사만 바꾸는 이른바 ‘유심 단독’ 가입이다. 월 3만3000원짜리 요금제를 25% 선택 약정 할인을 받아 1년간 사용하는 조건인데, 가입 혜택으로 현금 35만원을 지원받았다. 1년간 내야 할 통신비 총액(29만7000원)보다 지원금이 더 많아 오히려 돈을 벌고 통신사를 옮긴 셈이다.

KT가 해킹 사태 등에 따른 후속 조치로 13일까지 위약금을 면제하면서 통신업계에서는 보조금 경쟁이 치열하다. 위약금 부담이 사라진 틈을 타 타사로 이동하려는 고객과 이를 잡으려는 통신사 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것이다. 약정 기간 등으로 남은 위약금이 수십만 원 상당이던 이용자들 사이에선 “위약금을 털어내고 통신사를 갈아탈 기회”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이탈 규모는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나흘간 KT를 떠난 가입자는 약 5만2661명에 달한다. 특히 위약금 면제 조치 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3일에는 하루 이탈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상적으로 과열 기준으로 삼아온 일평균 번호이동 건수(2만4000건)에 육박하는 수치다.

경쟁사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KT 이탈자들을 흡수하고 있다. 일부 유통망에서는 기기 변경 없이 유심만 교체해도 최대 50만원을 지원하거나, 당장 휴대폰을 바꾸지 않아도 유심을 먼저 변경하면 추후 기기 교체 시 추가 지원금을 주는 ‘선이동 후기변(기기 변경)’ 정책까지 등장했다. SK텔레콤은 특정 요금제(월 4만8000원 이상) 가입 시 첫 달 요금을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전액 돌려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KT도 방어에 나섰다. KT는 지난 주말 갤럭시S25 시리즈와 아이폰17 등 주요 모델의 공통 지원금을 최대 10만원 상향하고, 유통망 판매 장려금(리베이트)도 5만~15만원가량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선 인터넷과 IPTV 등을 결합해 재가입하는 고객에게 환급 혜택을 주는 프로모션도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KT가 해킹 사태 등에 대한 책임 있는 보상보다는 가입자 방어를 위한 마케팅 비용 지출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타사의 공격적인 지원금과 리베이트로 최소 조치를 시행한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KT의 위약금 면제를 계기로 통신사들의 지원금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KT의 위약금 면제 종료 때까지는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