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산업 미디어·연구기관인 디지타임스(DIGITIMES)의 콜리 황 회장은 “한국과 대만이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회장은 10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실이 개최한 ‘글로벌 AI 및 반도체 협력 전략 세미나’에서 “한국과 대만은 지난 50년간 스스로 전자·반도체 산업을 일군 둘뿐인 나라”라며 “한국과 협력해 미국과 중국을 넘어서는 새로운 산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디지타임스는 TSMC 창업자 모리스 창(Morris Chang)과 에이서 창업자 스탄 쉬(Stan Shih)가 설립에 참여한 세계 최대의 반도체 산업 전문 미디어 및 연구 기관이다. 이 회사를 창업한 콜리 황 회장은 세계적 반도체 전략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이 민주적 시장 경쟁이 아니라, 국가 주도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분야라고 했다. 그 결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고도화에 성공한 두 국가가 한국과 대만이라는 것이다. 황 회장은 “한국은 기술과 삼성 등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자본 집적적인 산업으로 진출한 반면, 대만은 제조 인프라와 생산 생태계를 중심으로 성장했다”고 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를, 대만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와 EMS(전자 제조 서비스) 중심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현재 AI 반도체 생태계는 미국의 엔비디아가 설계하면, TSMC가 이를 대만에서 생산하고, 한국의 SK하이닉스가 만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붙여 AI 가속기를 만드는 식이다. 황 회장은 “지난 30~40년간 한국과 대만은 서로 경쟁하는 국가였지만, 올해 대만에 있어서 한국은 가장 큰 무역 적자국일 정도로 양국 공급망이 얽히기 시작했다”며 “한국의 반도체 지구와 대만의 신주과학단지를 잇는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황 회장은 한국과 대만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 단위 연합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만약 내가 한국 정부의 의사결정자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다면,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대만의 반도체 설계(IC 디자인) 회사들에 직접 투자하는 전략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공급망 인프라를 직접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반도체 패권은 한 국가가 아니라 생태계의 경쟁”이라며 “한국과 대만을 중심으로 아시아 생태계를 만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를 함께 진행한 김성수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한국이 소형모듈원자로(SMR) 경쟁력을 토대로 반도체 산업에서 역할을 차지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이 큰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원전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반도체 분야는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역량이 아직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원자력 부분은 우리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이고, 수출도 해왔다”고 했다. 이어 “최근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엄청난 데이터센터를 발주하고 있는데, SMR 경쟁력을 토대로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