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발 메모리 ‘수퍼 사이클’의 수혜로 올 3분기(7~9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1% 늘어난 24조4489억원, 영업이익은 61.9% 증가한 11조383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9일 발표했다. 증권 전문가들이 예상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미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판매 호조 덕에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이어갔다. 3분기에는 HBM뿐만 아니라 일반 서버에 들어가는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와 가격까지 급등하며 이익이 크게 늘었다. 환율이 오르면서 2100억원 환차익도 발생했다. 회사는 “주요 고객사와 내년 HBM 공급 계약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며 “반도체 수요와 생산 능력 등을 감안하면 내년 HBM,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완판”이라고 했다.
◇범용 D램도 수요 폭발
SK하이닉스는 현재 거의 모든 제품의 수요가 폭증하는 반도체 수퍼사이클을 맞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3E를 대부분 납품하며 세계 1위 HBM 공급 업체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iM증권 리서치본부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은 54%에 달한다. 엔비디아 AI 가속기가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반도체 업체는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AI용 데이터센터 구축이 크게 늘면서 탑재되는 서버 메모리 수요가 증가했고, 기존에 있는 일반 서버 교체 주기까지 맞물리며 범용 D램 수요도 크게 늘었다. 지난 1월 1.35달러였던 범용 D램 고정 거래 가격은 9월에는 6.30달러로 4배가량 올랐다. 현재 PC 생산 비용 중 D램 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은 역사적 평균인 4%를 크게 넘어선 7%에 달한다.
또 AI를 학습시키고 AI가 생성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서버용 저장 장치에 대한 수요도 늘면서 기업용 SSD 판매도 크게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수요 급증으로 D램 재고가 극히 낮은 수준”이라며 “일반 D램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이익률이 HBM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반도체 산업 구조 자체가 변하는 중
4분기 실적은 더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인 HBM4를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해 올 4분기부터 납품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HBM 내년 공급 계약은 최종 확정됐고,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공급 가격이 결정됐다”고 했다. 반도체 업체 중 가장 먼저 엔비디아 기준을 맞춰 HBM4 공급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4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사상 최대인 매출 27조원, 영업이익 13조1200억원을 예상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청주 M15X 팹(공장)의 장비 반입을 계획보다 한 달 정도 당기며 증가하는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수퍼사이클이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지속할 것으로 본다. 과거 2~3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했던 양상과 달리 AI 전환으로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기본 수요처에 AI 전환에 따른 추가 수요, 자율 주행과 로보틱스 등 새로운 수요처까지 생기고 있지만, 공급은 부족해 이번 수퍼사이클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반도체 수요 폭발은 기업들의 반도체 구매 방식도 바꾸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 나온 반도체를 필요에 따라 사들이던 기업들은 지금은 비용을 먼저 지불하고 나중에 물량을 받는 ‘선주문 후판매’ 방식으로 전환 중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에도 AI 중심으로 메모리 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도 차별화된 실적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