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세계 반도체 업계가 미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발표에 들썩였다. 마이크론이 이날 6~8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기존 시장 예상과 달리 HBM4(광대역폭 메모리) 속도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맞췄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동안 업계에선 마이크론이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속도를 맞추지 못해 HBM4 경쟁에서 밀려나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2파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이것이 뒤집힌 것이다.
이날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이 1년 전보다 46% 증가한 113억2000만달러(약 15조7900억원),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126.6% 상승한 39억6000만달러(약 5조52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조정 주당순이익은 3.03달러, 영업이익률은 35%에 달했다.
사업별로 보면 가상 서버인 클라우드에 들어가는 메모리 매출이 크게 늘었다. 1년 전보다 213.6% 급상승한 45억43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HBM 사업도 견고했다. HBM 매출은 6~8월 20억달러를 기록했고, 연간 80억달러 규모의 사업이 됐다. HBM 고객사도 6곳으로 확대했다. 마이크론은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고성능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가 매출과 이익률 개선을 이끌었다”고 했다.
호실적보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HBM4 관련 발표였다. 마이크론은 이날 HBM4 샘플을 고객사에 전달했고, 속도도 업계 최고 수준인 11Gbps 속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반도체 업체들에 HBM4 속도 10Gbps 이상을 요구했고, 마이크론이 이를 충족하지 못한 상황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한 세대 앞선 1c D램으로 HBM4를 만들고 HBM의 가장 밑단에 위치한 ‘베이스 다이’도 4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첨단 파운드리로 만든다.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에 맡겨 베이스 다이를 제작한다. 반면 마이크론은 자체 기술력으로 D램과 베이스 다이를 만들고, 속도보다는 저전력 측면에 초점을 맞춰 HBM4를 개발해 엔비디아의 조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이날 산제이 메트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업계 최고 수준의 11Gbps 이상의 속도와 최고의 전력 효율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준비했다”고 했다. 마이크론은 내년 2분기 첫 HBM4 양산 출하가 시작되고 하반기 본격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라고 했다. 산제이 CEO는 “2026년에는 HBM 점유율이 올해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양산 시점만 보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예상하는 시점보다는 늦지만, 마이크론이 HBM4 시장 초기부터 진출한다는 것이라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그동안 강조했던 저전력 성능을 낮춰 속도를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HBM4 경쟁이 SK하이닉스-삼성전자 2파전에서 SK하이닉스-마이크론-삼성전자 3파전으로 바뀌며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