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첫 스마트 안경을 17일(현지시각) 선보였다. / 로이터 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테이블 위에 놓인 검정테 안경을 쓰자 오른쪽 눈에 반투명 화면이 생성됐다. 이날 저커버그 CEO 일정을 안내해주고, AI 챗봇에 질문할 수 있는 ‘ASK META AI’ 창도 함께 떴다. 저커버그 CEO가 팔찌처럼 보이는 ‘뉴럴 밴드’를 찬 손의 엄지와 검지를 움직이자, 디스플레이가 저절로 작동됐고, 음악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저커버그 CEO는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걸어 다니며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하고, 원하는 음악을 재생했다.

17일(현지 시각) 오후 미 실리콘밸리 메타 본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2025’ 행사에서 진행된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의 시연 영상이다. 겉보기에 시력 교정용 안경과 크게 다르지 않고, ‘패션 아이템’처럼 보이는 이 안경은 메타가 이날 처음 공개한 스마트 안경이다. 메타는 “실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첫 소비자용 안경이자, 첫 인공지능(AI) 안경”이라고 소개했다.

그래픽=김현국

◇메타, 첫 AI 안경 공개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손이 자유로운 AI 기기다. 이를 착용하면 실제 현실과 함께 이 스마트 안경의 디스플레이가 겹쳐 보인다. 이 때문에 스마트 안경의 기능을 사용하고 자유롭게 조정하면서도 현실 세계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 스마트 안경 제어는 손목에 착용하는 ‘뉴럴 밴드’라는 손목 밴드를 통해 손가락 움직임으로 제어한다. 엄지·검지 집기, 손가락 슬라이드, 두 번 탭, 손목 회전 등으로 메뉴 탐색이나 AI 호출, 볼륨을 조정할 수 있다. 또 ‘헤이 메타’라고 불러도 원하는 기능을 바로 호출할 수 있다. 기기 작동도 안경 다리 부분을 터치하면 된다. 손에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들 필요도 없고, 스마트 워치를 작동할 때처럼 양손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

AI 기능이 탑재돼 있기 때문에 AI와 대화해 실시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가령 양손으로 요리를 하는 중에 “헤이 메타. 한국식 바비큐 소스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줘”라고 말하면 필요한 레시피를 음성으로 말해주거나, 눈앞 디스플레이에 띄워준다. 디스플레이와 함께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가 있어 일상생활을 더 유용하게 해준다고 메타 측은 설명했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 없이 길을 가다가 안경으로 필요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수도 있고, 특정 상대의 말에 집중하고 싶을 때 ‘헤이 메타, 대화에 집중해줘”라고 말하면 상대의 목소리를 키워서 안경을 통해 전달한다. 상대방의 모습과 자신의 시야를 동시에 공유하며 영상 통화도 가능하다. 말을 하거나 듣게 되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음성이 자막으로 바뀌어 표시된다. 이를 통해 실시간 번역도 가능하다.

테크 업계에서는 이번에 공개된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가 현실 세계에 디지털 정보나 가상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AR) 스마트 안경의 전 단계라고 평가하고 있다. 저커버그 CEO는 “메타는 지난 10년간 스마트 안경을 연구·개발해왔다”며 “이 안경은 여러분이 보고 듣는 것을 AI가 보고 듣고, 여러분이 이미지나 동영상과 같은 원하는 것을 AI가 생성할 수 있는 유일한 폼팩터(기기)”라고 말했다. 가격은 799달러부터 시작하며, 오는 30일부터 일부 매장을 시작으로 본격 판매가 시작된다.

17일(현지 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메타 본사에서 진행된 '메타 커넥트 2025' 행사에서 '메타 레이벤 디스플레이'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용자가 착용하고 있는 안경을 통해 현실 세계와 반투명 디스플레이가 겹쳐 보인다./메타

메타는 이와 함께 운동선수를 겨냥해 훈련 데이터와 운동 후 요약을 제공하는 새로운 스마트 안경 ‘뱅가드(Vanguard)’와 기존 레이밴 제품보다 약 두 배의 배터리 수명과 더 나은 카메라를 갖춘 스마트 안경 등도 선보였다.

◇AI 시대 차세대 기기?…스마트 안경 각축전

스마트 안경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기기로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메타 이외 다른 빅테크들도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이거나 출시했다. 아마존은 증강현실(AR) 스마트 안경 두 종류를 개발하고 있다. 첫째는 ‘제이호크(Jayhawk)’로, 한쪽 눈에 마이크, 스피커, 카메라, 그리고 풀컬러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다른 안경은 아멜리아(AMELIA)로, 아마존의 배송 기사들을 위해 제작된다. 아마존에서 고객들이 산 물건을 안경을 통해 배송 기사들이 분류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안내해 주는 것이다. 아마존은 내년 말이나 2027년 초에 소비자용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도 지난 5월 10년 만에 스마트 안경을 재공개했다. 구글은 지난 2013년 ‘구글 글라스’라는 스마트 안경을 발표했지만, 2년 만에 판매 부진으로 단종된 바 있다. 당시 새 안경을 공개하면서 구글 측은 “AI를 위한 자연스러운 형태인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의 힘을 당신이 있는 곳으로 가져온다”며 “안경을 쓰면 초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X리얼, 레이네오 등 중국 기업들도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스마트 안경을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