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회사와 해외 지사를 포함해 전체 인력의 약 3%에 해당하는 6000여 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2023년 약 1만명을 감원한 이후 최대 규모다. MS는 “(구조 조정은) 모든 직급과 부문, 지역을 아우르는 것”이라며 “시장 변화 대응을 위한 조직 재편”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인력 감축이 이어지고 있다. AI를 업무 전반에 도입해 저성과자와 불필요한 관리 인력을 줄이고, AI 기술과 인프라에 비용을 집중하는 ‘효율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I로 대체 가능한 저성과자부터
해고 인력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전세계 테크 업계에서 구조 조정 대상이 된 인원은 5만9000여 명에 달한다. 지난해엔 549개 테크 기업에서 15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메타는 지난 2월 전체 인력의 5%(약 3600명)를 해고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가상현실 사업부인 리얼리티 랩스에서 수백 명을 해고했다. 앞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성과 관리 기준을 높이고, 저성과자들을 더 빨리 내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리얼리티 랩스는 메타의 대표적인 적자 사업부로, 2024년 4분기 기준 영업 손실만 49억6700만달러(약 7조1100억원)에 달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올해 1월 저성과자로 분류된 직원들에게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성과가 낮은 직원들은 16주 치 급여를 받고 퇴사하거나, 성과 개선 계획(PIP)에 참여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또 성과 관리 기준을 더 세밀하게 정량화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한 직원에 대해서는 향후 2년간 재입사 자격을 박탈하는 새로운 지침까지 내렸다.
빅테크 기업들의 잇따른 인력 감축은 미래 성장 동력인 AI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AI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술·인프라에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려면 다른 부문에서 비용 절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데이터센터와 AI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그 외 부문 투자는 축소하는 추세”라고 했다.
구글은 지난 2월 구글 클라우드 부문에서 감원에 나선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판매·파트너십 부문 직원 200명을 해고했다. IT 전문 매체 테크레이더는 “구글의 이번 인력 감축은 AI 및 데이터 중심 전략 강화를 위한 비용 절감 조치”라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올해 AI 데이터 센터에 8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AI에 조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었다. 뉴욕포스트는 “오픈AI의 주요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일론 머스크의 xAI, 저커버그의 메타, 구글 등 다른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첨단 AI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상쇄하려면 구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AI가 중간 관리직 대체… 조직 슬림화
AI 도입이 가속되면서, 조직 내 중간 관리자를 AI로 대체하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AI를 통해 의사 결정이나 보고 체계 자동화가 가능해지면서 이를 담당하는 중간 관리직의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보 기술 연구 및 자문 기업 가트너는 “2026년까지 전체 기업 중 20%가 AI를 활용해 조직 구조를 수평화하고, 현재 중간 관리직의 절반 이상을 없앨 것”이라 전망했다.
인텔은 올해 들어서만 2만2000명을 감원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중간 관리직이었다. 립부 탄 인텔 CEO는 “회사가 너무 느리고 복잡하게 움직인다”며 “경쟁사처럼 민첩하고 효율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 불필요한 계층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고 했다.
아마존도 비슷한 기조하에 인력 재편에 나섰다. 지난 4월 아마존웹서비스(AWS) 부문에서 400여 명을 감원했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지난해 9월 “사람을 많이 뽑다 보면 중간 관리자가 많아지는데, 그들은 모든 일에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며 “현재의 조직 구조가 불필요한 회의를 양산하고, 의사 결정에 대한 책임 소유가 제한되는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