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이 지난 4분기(9~11월·자체 회계 기준 2025년 1분기) 매출 87억900만달러(약 12조6000억원)를 기록했다고 18일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84% 늘어 시장 전망치를 소폭 웃돌았다. 하지만 그날 마이크론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6% 가까이 급락했다. 마이크론이 발표한 다음 분기(12월~내년 2월) 실적 전망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풍향계’로 불린다. 마이크론은 내년 스마트폰·PC 등 소비자 제품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저가 제품 물량 공세로 메모리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것도 악재다. 이 때문에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인공지능(AI) 칩을 제외한 메모리 반도체의 겨울이 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
이번 분기 마이크론의 매출 가운데 절반 이상은 데이터센터에서 나왔다. HBM 등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이 지난해보다 4배 늘었다. 하지만 내년은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마이크론은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매출은 79억달러, 주당 순이익은 1.53달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상 매출은 월가 전망치 89억9000만달러보다 10억달러 낮았고, 주당 순이익도 전망치인 1.92달러보다 약 20% 적었다. 마이크론은 스마트폰과 PC 등 소비 제품의 수요 부진을 이유로 꼽았다. 실제 시장 조사 업체 IDC 에 따르면 내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해보다 둔화한 2.6%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PC 시장은 4%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소비자들이 예상보다 더 느리게 기기를 교체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발 메모리 공급 과잉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CXMT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저가 물량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감산 효과로 올랐던 D램 가격은 올 들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의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지난달 1.3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7월과 비교하면 35.7% 하락했다. 낸드 가격도 7월보다 절반 넘게 가격이 내려갔다. 메모리 가격 하락은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xAI 등이 초거대 데이터센터 추진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자금 부족으로 집행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HBM은 공급 업체가 한정돼 있어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그 외 D램과 낸드 등의 일반 메모리는 데이터센터 수요도 예상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의 실적은 메모리가 주력인 국내 반도체 업계에 좋지 않은 소식이다.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19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대비 3.28%, SK하이닉스는 4.63% 하락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실적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내년 예상 영업이익을 기존 25조6000억원에서 16조7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는 기존 31조7000억원에서 29조1000억원으로 내렸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내년 영업이익을 19조2000억원으로 낮춰잡았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수요에 변화가 없다면 D램은 3분기, 낸드는 1분기부터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범용 메모리 부진으로 메모리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HBM이나 기업용 SSD(대용량 저장장치) 수요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아직 중국이 따라오지 못한 분야이기도 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메모리에서 얼마나 경쟁 우위를 가져가는지에 따라 내년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