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골퍼 이제영(23·왼쪽부터), 장유빈(22), 성유진(24) 선수가 골프 후배들을 위한 기부 선순환을 시작했다. 유년 시절 유원골프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훈련을 이어왔다는 선수들은 프로 골퍼로 성장한 뒤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재단에 다시 기부를 했다. /올인원스포츠·KPGA·KL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이제영(23)이 지난 7일 골프 꿈나무를 후원하는 ‘유원골프재단’에 1000만원을 후원했다. 후원금은 이제영과 팬들이 함께 마련했다. 그는 올해 KLPGA 상금 11위를 달리며 프로 골프 무대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영은 “어려운 유소년 시절 유원골프재단과 다양한 재단의 지원을 받아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며 “어릴 적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이제는 후배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골프 유망주를 발굴하고 양성해온 유원골프재단의 후원을 받아 프로 무대에 오른 선수들이 재단에 다시 기부를 하고 있다. 유원골프재단은 국내 1위 스크린골프 기업 골프존뉴딘그룹의 김영찬 회장이 2015년 사재를 기부해 설립한 후원 재단이다. 재단은 집안 환경이 어려운 차세대 골프 유망주를 직접 지원하거나 국내 골퍼들의 국제 대회 참가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엘리트 선수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출범 이후 약 113억원을 조성했고 재단을 통해 지원받은 선수만 1000여 명에 달한다. 기부가 기부를 낳는 ‘사랑의 선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김영찬 재단 이사장은 “유원재단이 지원한 선수들이 후배 양성을 위해 다시 기부를 한 데 대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사랑의 선순환 시작

이제영은 외할아버지의 권유로 아홉 살에 골프에 입문했다. 3년 만에 전국 초등골프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골프 선수 훈련비로는 연간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영은 “외할머니께서 닭발 전문 식당을 운영하며 골프 훈련비를 지원해주셨다”며 “어려웠던 시절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준 기관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 도움을 받아 이렇게 성장한 만큼 앞으로 한국 골프를 함께 이끌어갈 후배들을 위한 나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가 스승으로 꼽는 김세민(34) 코치를 만난 곳도 골프존 아카데미다.

골프 꿈나무를 후원하고 있는 김영찬 유원골프재단 이사장. /신현종 기자

올해 들어 이제영을 비롯한 ‘도돌이표 기부’가 시작되고 있다. 재단의 후원을 받은 ‘유원 키즈’가 프로 골퍼로 성장해 후배 선수들을 돕기 위한 기부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상금왕과 대상 등 6관왕에 오른 한국 남자 골프의 기대주 장유빈(22)도 ‘유원 키즈’다. 그는 지난 3일 유원 재단에 장학금 4000만원을 쾌척했다. 그는 2017년부터 재단에서 장학금을 지원받았다. 2018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기회를 잡았을 때도 재단은 대회 참가비를 전액 지원했다. 장유빈은 “유원재단의 후원을 통해 안정적으로 골프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후배들 또한 보다 좋은 환경에서 실력을 키울 수 있게 돕고 싶다”고 전했다.

◇선한 영향력 확대에 팬들도 앞장서

선수들의 기부 행렬은 팬들에게도 알려지면서 선한 영향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프로 골퍼 성유진(24)은 2022년 6월 KLPGA투어 롯데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둔 뒤 재단에 기부금 2000만원을 전달했다. 이 기부금으로 유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유진 대회가 만들어졌다. 이듬해부터는 성유진 프로의 팬들이 모인 후원회에서 자발적으로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성유진은 골프존 장학생으로 선발돼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다. 하경수(50) 후원회 단장은 “어릴 적 도움을 받고 훌륭한 프로로 성장한 선수가 그 도움을 잊지 않고 기부하는 마음에 팬들도 동참하기로 했다”며 “선수가 버디를 기록할 때마다 회원들이 십시일반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김영찬 이사장은 “선수들의 기부가 후배들이 한국의 미래 골프 주역으로 성장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원재단은 앞으로도 아낌없이 자원을 베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