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화웨이가 최근 인텔의 AI(인공지능) 칩이 탑재된 노트북을 공개하자,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바이든 행정부는 인텔과 퀄컴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한 수출 허가를 취소했다”며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5년 전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금지 조치 이후에도 인텔·퀄컴은 특별 허가를 받아 일부 제품을 공급해 왔다. 이번에는 전면 금지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이다.

화웨이 퓨라 70 스마트폰.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조치의 단초가 된 것은 화웨이가 지난달 출시한 AI 노트북 메이트북 X 프로다. 여기에 인텔의 코어 울트라 9 CPU(중앙 처리 장치)가 탑재됐는데, 이 칩은 AI 연산을 할 수 있는 반도체로 알려졌다. 인텔은 2019년 화웨이 제재 시행 이후에도 PC용 칩 공급을 할 수 있는 특별 허가를 취득해 계속 수출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AI 노트북이 나오자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제재 강화 목소리가 커졌다.

지금까지 화웨이는 미국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신 제품을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자체 기술로 생산한 플래그십(대표) 스마트폰 퓨라70을 출시했다. 퓨라70 부품의 90%는 중국산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파운드리에서 핵심 칩을 생산하고, 메모리 반도체도 중국산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미국이 인텔·퀄컴 칩 수출 허가를 취소하면서, 화웨이는 노트북 차기 모델 생산을 위한 CPU와 통신 칩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설계한 자체 CPU ‘기린’ 칩을 이전 노트북 제품에 탑재한 적은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체 생산 CPU로 온디바이스(내장형) AI 같은 고성능 기능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화웨이의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