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NTT 도코모 부스에서 6G 상용화 시 실현 가능한 ‘모션 쉐어링 플랫폼’을 시연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올해로 사용화 5년째를 맞은 5G(Generation)가 여전히 불만족스럽다.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국내 상황이라고 다르지 않다. 정부와 이동통신사는 아직도 약속했던 5G 전국망 구축을 완성하지 못했다. 올 연말쯤 되어야 농어촌 5G 공동망 구축이 끝날 예정이다. 그래도 이 정도 속도는 세계적으로 빠른 축에 속한다.

이렇듯 5G 인프라가 여전히 미흡한데 이동통신 시장도, 정부도 6G를 향해 간다고 한다. 6G가 가진 기술적 파급력을 의식한 듯 기술력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재빠르다. 왜 벌써부터 다들 6G 타령인 걸까.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를 떠올려보자. 스타크는 모든 작업을 3차원 홀로그래픽 영상을 띄워 손을 휘휘 저어가며 해나간다. 인공지능 ‘자비스’는 스타크가 질문하면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홀로그램으로 정답을 띄운다. 이런 홀로그램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세상이 5G로 만족할 때 토니 스타크의 지하 작업실만은 6G로 돌아가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5G에 이어 6G도 승리하겠다는 중국

통신업계에서는 홀수 세대(1G·3G)에서 부족했던 기술적 약점이 짝수 세대(2G·4G)에서 완성된다는 말이 있다. 5G와 6G의 관계도 이렇게 될지 모른다. 6G는 데이터 전송 속도도 빠르고 연결 밀도도 높아 수많은 기기를 연결하며 초연결성을 완성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이 뒷받침됐을 때 홀로그램 프로젝션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드론이나 자동차의 자율주행도 주변의 물체를 파악하는 정도의 현 수준에서 벗어나려면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처리하는 시대가 와야 구현될 수 있으니 6G 시대라면 기대해 볼 법하다. 원거리 원격 로봇 수술과 같은 서비스도 결국 더 빠른 데이터 처리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야 가능한 법. 실시간 위치 측정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 뿌리내릴 거란 걸 짐작할 수 있다.

비단 이것뿐만 아니다. ‘햅틱(촉각)’도 6G 시대의 총아로 불린다. 감각 데이터가 결합한다면 몰입형 사용자 경험이 가능해진다. 이동통신 전시장인 ‘MWC 2023’에서 일본 이동통신사 NTT도코모는 촉각 전달 기기를 전시했다. 한 사람이 촉각 센서를 끼고 만진 물체의 느낌을 촉각 전달 기기를 낀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시연이 인기를 끌었다. 순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많기에 가능한 기술이다. 이런 햅틱은 증강현실과 결합할 수 있고 의료산업과도 결합할 수 있다. NTT도코모의 부스 소개 영상에 등장한 장면에서는 엄마가 집에서 아픈 아이의 가슴에 센서를 끼고 손을 대면 병원에 있는 의사가 심장 박동을 듣고 이상 여부를 판독하고 있었다.

6G는 이론적으로 5G보다 전송 속도가 최대 50배 빠르다. 지연 시간(latency)은 최대 10분의1 정도 감소한다. 빠르기만 한 게 아니다. 기지국 하나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의 개수도 수십 배 늘어나기 때문에 연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잇는 것이 가능하다. 그 잠재력 때문에 6G 주도권 확보는 국가 간 동맹을 맺고 블록을 지어 기술 표준을 선점하려는 전쟁터다.

차세대 통신 기술을 주도한 국가는 경제 패권도 장악한다. LTE 시대였던 4G의 통신 생태계를 주도한 미국에서는 구글과 애플, 아마존, 메타(구 페이스북) 등이 성장했다. 4G에서 뒤진 중국이 ‘통신 굴기’를 앞세워 5G 개발에 일찍 뛰어든 이유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 속에 화웨이나 ZTE 등이 성장했고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막대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지면서 5G 특허 1위국은 중국의 몫이 됐다. 지난 2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중국 기업의 5G 표준특허 비중은 38.2%를 차지하여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중국 기업인 화웨이에 강도 높은 제재를 가했지만,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1위는 28.7%를 차지한 화웨이였다.

중국은 내친김에 6G까지 주도권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2018년 2월부터 범정부 차원의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차세대 통신 기술·표준 개발을 위해 ‘브로드밴드 통신 및 신규 네트워크 중점 프로젝트’에 돌입했고 2019년 11월에는 6G 전담기구를 출범해 기술 연구에 착수했다. 이미 갖춰져 있는 5G 기지망은 중국이 갖는 이점이다. 한 국책연구원 연구원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5G 네트워크는 6G 인프라의 베이스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6G를 상용화하는 데 미국보다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6G 핵심 기구는 2019년 6월 만든 중국정보통신원(CAICT) 산하 IMT-2030(6G)이다. 기존 5G를 바탕으로 했던 IMT-2020 추진단을 기반으로 설립했는데 민·관·학 3요소가 총집합했다. 주요 회원사로는 화웨이와 같은 중국의 주요 통신 사업자와 제조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이 포함돼 있다. IMT-2030은 2021년 6월 6G의 전반적인 비전과 핵심기술에 대한 백서도 발표했다.

산업적 측면 외에도 중국은 군사적 측면에서의 6G 활용을 일찍부터 고민했다. 2020년 중국 국방뉴스는 6G가 미래 군사작전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지, 그 비전에 관해서 공개한 바 있다. 6G를 활용한 AI와 딥러닝을 통해 군대의 의사결정이나 명령·통제를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 가상 및 확장현실로 군사 훈련 및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전투의 실시간 시각화가 가능하다는 것 등이 소개됐다.

중국에 대항하는 ‘넥스트G 얼라이언스’

5G 경쟁에서 중국에 쓴맛을 본 미국은 6G에서는 다시 패권을 되찾겠다는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은 2017년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중심으로 6G 연구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5년간 2억달러를 투자하는 JUMP(Joint University Microelectronics Program) 프로젝트도 운영 중이다. 바이든 정부는 5G에서 얻은 교훈을 6G에서 적용하려고 한다. 백악관 사이버 보좌관인 안네 노이버거는 “우리가 5G에서 배운 교훈, 즉 초기 개입 및 접근성과 보안을 최적화하려는 방식을 통해 6G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장 흥미로운 조직은 2020년 10월, 6G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만든 ‘넥스트G 얼라이언스’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과 통신 기업들이 여기에 다 모였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인텔, 퀄컴, AT&T, 벨, 인텔, 버라이존 등이 참여했고 여기에는 삼성(한국)과 에릭슨(스웨덴), 노키아(핀란드) 등이 창립 멤버가 됐다. 미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목표답게 중국을 상대로 하는 연합군 같은 대형을 취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지난해 8월 펴낸 37쪽 분량의 보고서는 6G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행보를 자세히 보여준다. ‘6G를 위한 전략적 설정: 중국과 미국의 진로’라는 제목의 문서는 2019년 이후 미국과 중국 쪽에서 펴낸 6G 관련 논문을 조사했다. 총 124편의 논문 중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은 건 83편(67%)이었지만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은 건 23편에 불과했다. 정부 주도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흥미롭게도 양쪽 다 대학에서 펴낸 논문이 대다수였다. 미국의 논문 중 대학 소속 저자가 펴낸 게 87%였는데 중국 역시 85%로 유사한 비중을 보였다. IISS는 “기업 또는 정부 지원 연구기관의 연구 논문이 적은 것은 기밀 보호를 위해 논문을 출판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특히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해 미국이 적대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는데 이런 양상은 양국 기업이 6G 관련 기술의 연구 및 개발에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국무부가 우주 외교 프레임 짠 까닭

6G의 전장은 광활하다. 우주도 그 무대다. 6G는 위성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주파수 대역이 올라갈수록 속도와 커버리지 한계를 극복하고 전파 손실을 줄이는 게 중요한데 기지국보다 하늘 위에서 바로 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저궤도 통신위성이 중요하단 의미로 지구 저궤도가 더 혼잡해지기 전에 쏘아 올리겠다는 게 위성 후발주자 중국의 구상이다.

중국의 ‘궈왕 프로젝트’는 약 1만3000개의 위성으로 구성된 저궤도 통신망 계획이다. 2016년에 구상했던 건데 최근 본격적으로 열을 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민간 기업인 베이징 톈빙기술(BTT)은 한 번 발사로 60개의 위성을 쏘아 올리는 로켓을 개발하고 있고 중국 군 당국은 이를 위해 발사대를 건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6G 네트워크의 초석을 닦기 위해 위성을 미리 쏘아올리려는 심산이다.

이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서비스 중인 스타링크는 3500여개의 저궤도 인공위성을 쏘아올렸고 53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원웹(OneWeb)이 600여개의 위성을 쏘아올리며 스타링크의 뒤를 쫓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의 아마존 역시 우주에 관심이 많은 곳으로 ‘프로젝트 카이퍼’를 통해 저궤도 위성을 쏘아올리려고 최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허가를 받았다.

미국은 중국의 이런 지구 밖 움직임을 위험하다고 본다. 우주 인터넷은 국가 보안 이슈다. 산업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대규모 통신망이 기지국 파괴로 무너졌을 때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대안이 됐다. 중국은 우주를 현대전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보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군사적 효능을 축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게 미국 쪽의 기본적 인식이다.

지난 5월 30일 미 국무부가 공개한 ‘우주 외교를 위한 전략적 프레임워크’ 문서는 우주 외교의 목표와 정책 방향을 개괄적으로 정리했는데 여기에서도 ‘도전적 과제’로 거론된 게 중국이다. 문서는 “중국의 우주 활동은 군사·기술·경제·외교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보통 우주 정책과 관련해서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나 국방부가 주도하는데, 국무부가 별도 문서를 낸 것은 우주에서 펼쳐질 중국과의 경쟁이 외교 과제의 하나가 될 정도로 중요해졌다는 걸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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