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창은 세계 산업계의 ‘갓(God·신)’이다. 그가 뜨면 애플의 팀 쿡 CEO부터 엔비디아의 젠슨 황까지 세계를 주름잡는 CEO들이 줄을 선다.”(삼성 고위 관계자)
TSMC 창업자 모리스 창(92·張忠謀) 회장의 위상을 보여주는 얘기다. 창 회장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반도체 사업을 창안하고 글로벌 비즈니스로 키운 선구자다. 1931년 저장성 닝보시에서 태어난 창 회장은 18세에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하버드대를 다니며 문학을 공부하다 공학을 전공하기 위해 매사추세츠공대(MIT)로 편입했다. 창 회장은 “미국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 위해선 엔지니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 25년간 재직하면서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남들이 은퇴를 바라볼 50대 중반에 대만 정부의 부름을 받고 TSMC를 창업했다.
대만 정부는 창 회장에게 종합 반도체 기업을 육성할 것을 주문했지만 그는 제조업 경쟁력을 갖고 있는 대만은 반도체 제조를 특화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TSMC 창업 당시인 1980년대 후반만 해도 반도체 기업은 설계와 생산을 한 회사가 다 수행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 모델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창 회장은 30년간 미국 반도체 업체에서 근무하면서, 라인 하나 짓는 데 수조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투자 부담 때문에 세계 반도체 업계가 설계 전문과 생산 전문으로 나뉠 것으로 내다봤다.
창 회장은 기술 보안에 민감한 설계 전문기업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내세웠다. 그는 성공 가능성이 큰 고객과 오랜 거래 관계를 맺는 것이 TSMC를 성장시키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봤다. 그는 “기술 트렌드를 잘 아는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회사의 영업사원이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제품이 좋으면 고객이 알아서 찾아온다’는 생각은 엄청난 오산이다. 연구개발 트렌드를 잘 알고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먼저 알아야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지론이다. 창 회장은 2017년 TSMC의 최고경영자(CEO)에서 은퇴한 뒤 대만 정부를 대표하는 ‘특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