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뉴스1

삼성전자는 지난해 301조 7700원의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고 6일 공시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액이 3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43조 3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하락했다.

◇반도체 혹한의 충격 현실화됐다

반도체 공급 과잉 문제가 심화된 4분기 성적이 특히 저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작년 4분기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4조 3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선 각각 8.58%, 69% 떨어진 수치다. 앞서 증권가는 글로벌 ‘반도체 혹한’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전망을 여러 차례 하향조정해 5조원 대로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규모는 조정된 전망 보다도 낮은 ‘어닝쇼크’다.

확정 실적 집계 전 발표되는 잠정 실적은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 증권가에선 2022년만 해도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했던 반도체가 올해에는 크게 부진하며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을 24억원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든든하게 받쳐주던 스마트폰 사업도 큰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네트워크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11조원 대로 전년과 비슷한 것으로 예측된다. 가전부문의 영업이익도 1조 9000억원대로 현상유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구매 수요가 예상 대비 대폭 감소했고,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의 판매도 원가 부담과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아 부진했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부터 턴어라운드하나

업계에서는 반도체 혹한이 올해 상반기에도 지속되다가, 하반기에야 조금씩 풀릴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이번 메모리 다운사이클은 2023년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이때 재고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재고 축소에만 주력중인 북미 서버업체와 중국 모바일 업체들의 하반기 구매 수요가 회복하면서 실적 개선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실적 개선을 위해 올해 메모리 설비투자를 기존 계획대비 15%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D램·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감산을 저울질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SK하이닉스 역시 반도체 투자 축소와 감산을 발표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업계가 손실을 입고서도 생산을 줄이지 않는 ‘치킨게임’으론 가지 않을 가능성이 많고, 재고가 줄어들며 올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다소 풀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