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추진하는 IT 업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가로막고 나섰다. FTC는 빅테크의 시장 독과점을 우려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미국 IT 업계에서는 이젠 게임 산업조차 대규모 인수·합병이 힘들어졌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FTC는 8일(현지 시각) “MS가 687억달러(89조3000억원)를 들여 추진해온 비디오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반대한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FTC는 “MS가 유명 블록버스터 게임을 이용해 라이벌 게임사 사용자들을 뺏어올 수 있다”며 “이 거래가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했다.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후 이 회사의 유명 게임을 소니나 닌텐도 같은 경쟁 업체 게임기에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MS는 지난 1월 IT 업계 사상 최고액인 687억달러를 들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디아블로를 출시한 블리자드와 콜오브듀티를 내놓은 액티비전이 2008년 합병한 게임사다. 현재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게임 사용자는 한 달 1억5400만명에 달한다.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해 비디오 게임 시장 2위로 올라서고,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서비스를 준비할 계획이었다.

MS의 인수전은 FTC의 소송 이전에도 경쟁사나 다른 나라 공정 거래 당국으로부터 견제를 받았다. 소니는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게임 산업 독과점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시장경쟁청(CMA)은 이 거래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지난달부터 심층 조사에 나섰다. MS는 닌텐도와 소니에 앞으로 10년간 유명 비디오게임 콜오브듀티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규제의 칼날은 무뎌지지 않았다.

소송이 결론나려면 수개월이 걸리지만 테크 업계에선 이번 인수합병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반응이다. 특히 대형 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인수합병은 앞으로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빅테크들이 너무 많은 힘을 갖고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MS의 이번 소송 승패 여부는 앞으로 빅테크의 확장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