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대기 시간 120분(2시간).’
국내 최대 게임박람회 ‘지스타(G-Star) 2022′가 열린 지난 17일 부산 벡스코. 크래프톤이 출시를 앞둔 공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체험 부스 앞에는 이런 팻말이 걸려 있었다. 그런데도 게임을 한번 해보려는 수백명의 인파가 길게 줄지어 서있었다. 크래프톤은 공포 게임의 특성에 맞게, 붉은 조명이 켜진 컴컴하고 작은 방에서 게임을 즐기도록 했다. 게임 속에서 괴물이 등장하자 체험 공간 곳곳에서 “꺄악” 하는 비명이 들리기도 했다.
나흘간 부산을 게임으로 들썩이게 했던 지스타가 지난 20일 막을 내렸다. 총 관람객은 18만4000여 명. 코로나 이전이었던 2019년의 최다 기록(24만4000여 명)엔 못 미쳤지만, 지난 2년간(2020~2021년) 온라인 중심으로 열렸던 것을 감안하면 과거의 열기를 상당히 되찾았다는 평가다.
①‘보는 게임’에서 ‘하는 게임’으로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지스타는 ‘체험’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었다.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진 ‘보는 게임’이 부각됐다. 트위치·샌드박스 등 인터넷 방송, 유튜브 콘텐츠 기업들이 큰 부스를 차리고 e스포츠 대회를 열었다. 유명 방송인과 게임팬의 대결 같은 ‘보는 게임’이 대세였고 관객들도 열광했다. 하지만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처음 열린 올해 지스타에선 ‘하는 게임’이 다시 대세로 떠올랐다. 넥슨·넷마블 같은 주요 게임사들은 지스타에 복귀하면서 대규모 시연 부스를 곳곳에 차렸고, 관람객들도 2~3시간을 기꺼이 기다리며 신작 게임을 즐겼다.
넥슨은 동시에 560명이 한꺼번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농구장 5개 규모의 최대 부스를 차렸다. 또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 닌텐도 스위치 같은 콘솔(게임 기기)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처음으로 마련했다. 넷마블도 160명이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과 함께 관람객들끼리 서로 맞붙는 ‘대전 이벤트’도 열었다.
②처음부터 글로벌 시장 겨냥
올해 지스타에는 내수 시장을 넘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게임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세계 3대 게임 박람회로 꼽히는 독일 게임스컴에서 3관왕을 차지한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대표적이다. 네오위즈 부스는 본관에서 걸어서 10분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했지만, 50석 남짓한 시연석에 앉기 위해 수백명이 줄지어 섰다. 대기줄에는 해외 게임 업계 관계자들도 많았다. P의 거짓은 조작이 복잡하고 그래픽이 화려한 액션 롤플레잉 게임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인기가 많은 장르다.
넥슨이 선보인 모험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는 PC 게임 판매 플랫폼 스팀에서 글로벌 인기 순위 1~5위를 오가고 있다. 현재 전체 게임 중 일부만 공개한 데모 버전을 판매 중인데도, 이에 매료된 해외 게이머들이 많은 것이다. 잠수부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초밥을 만드는 편안한 모험 이야기로, 캐릭터를 강하게 키우거나 총 쏘기 게임을 즐기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장르다.
크래프톤의 ‘문브레이커’는 직접 꾸민 장기말로 상대와 겨루는 일종의 현대판 체스 게임이다.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해외에선 마니아들이 많은 장르로, 게임에 대한 투자·개발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했다. 개발도 크래프톤이 작년 9000억원을 들여 지분 100%를 인수한 미국 자회사(언노운 월즈)가 만들었다.
③반도체·메타버스…확장되는 게임 생태계
반도체, 가상화폐, 메타버스 등 다양한 기술과 게임의 결합도 많았다.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규모(357㎡)의 단독 부스를 차리고 게임용 고성능 저장장치(SSD) ‘990 프로’ 시리즈, 곡면 모니터 ‘오디세이 OLED G8′, 폴더블폰인 갤럭시Z플립·폴드4 등을 선보였다. 세계 IT 기기 시장 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강한 게이머들을 노린 것이다. 인텔도 최신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게임 전문매체 부스를 통해 선보였다.
올해 행사 메인 스폰서인 위메이드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에 기반한 NFT(대체불가토큰)와 출시를 앞둔 신작 게임 간 연계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스타트업 레드브릭은 누구나 창작자가 되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게임을 만들고, 이를 수익화할 수 있는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