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특산물인 지역에 재건축될 우체국 조감도.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본부가 내년부터 2027년까지 전국 3400여 우체국 건물 가운데 400여 개를 지역 특색에 맞춰 재건축한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은 23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우체국 건물이 획일적 외관을 탈피해 지역 명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농어촌 지역을 시작으로 지역 특색에 맞는 우체국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경북 경주처럼 전통 문화유산이 많은 지역은 우체국 건물을 한옥으로 짓고, 사과가 많이 나는 강원도 영월 같은 곳에선 대형 사과 모형을 우체국 건물 외벽에 넣는 식으로 재건축하겠다는 겁니다. 도심 번화가에 있는 우체국은 카페 같은 문화 공간이 건물 안에 함께 들어갈 수 있도록 재건축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우정사업본부는 각 지자체와 협의해 재건축될 우체국 안에 주민 복지 지원 시설 같은 상생 공간도 함께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재건축 사업에 소요될 전체 예산 규모를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이날 배포 자료에서 “내년에 1000억원을 투입해 50여 개 우체국 건물 재건축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근거로 계산해 보면 2027년까지 건물 400여 개 재건축에 어림잡아 약 8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예금 운영 수익을 통해 자체 조달한 자금으로 충당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우체국 같은 공공 건물이 낡아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을 정도라면 이를 보수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최소 수천억 원, 많게는 1조원 가까운 돈을 들여가면서 우체국 외벽에 사과 그림을 그려 넣고 건물을 한옥으로 바꾸는 식의 전시성 사업을 벌이는 것이 정말 시급한 일인지 의문이 듭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예금·보험 사업에서는 괜찮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우편물 배달 부문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2002년 52억통에 달했던 국내 일반 우편 물량은 2018년 33억통, 지난해 26억통으로 급감했습니다. 다양한 대체 통신 수단들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전시성 재건축보다는 물류망 고도화나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귀중한 재원을 집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