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최근 내놓은 3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DX(완제품) 부문 주요 원재료인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 가격이 전년 대비 약 80%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를 뜻하는데, 1년 새 매입 가격이 급등했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원재료비가 많이 올랐고, 고환율 여파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80% 상승’은 깜짝 놀랄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입니다. 일부에선 이번 가격 폭등에 대해 “삼성전자의 가격 협상력이 약해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이나 갤럭시S 시리즈 같은 고급 스마트폰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이 만든 ‘스냅드래곤’이란 AP가 주로 탑재됩니다. 지난 8월 출시한 Z폴드·플립4엔 퀄컴 제품이 전량 탑재됐고, 내년 2월 출시가 예상되는 갤럭시S23 시리즈에도 마찬가지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퀄컴에겐 ‘큰손 고객’인 것이죠.

그간 삼성은 스마트폰에 퀄컴 제품과 삼성 자체 반도체 ‘엑시노스’ 사용량을 적절히 배분해 퀄컴에 대한 가격 협상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엑시노스를 탑재한 제품 출시국에서 이를 꺼리는 현상이 감지되고, 발열(發熱) 같은 성능 저하 문제가 불거지자 삼성전자 MX사업부(스마트폰 담당)는 엑시노스 사용을 줄여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퀄컴 칩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진 것입니다. 다시 말해 경쟁력 있는 자체 부품 조달로 원가 절감을 실현해 왔던 삼성전자가 기술 경쟁력이 흔들리면서 가격 협상력도 약해진 것이죠.

삼성이 현재 개발 중인 ‘갤럭시 전용 AP’를 내는 것은 2025년 정도로 예상됩니다. 그때까지는 올해 같은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고금리가 촉발한 경기 불황 탓에 원재료비가 치솟는데도 제품 가격은 최대한 동결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삼성이 빠른 시일 내에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