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엔터테인먼트 회사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 제작사와 경쟁하는 시대로 돌입했다. OTT나 IP(인터넷)TV 사업을 확대하면서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KT 자회사가 만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왼쪽), 특수효과 촬영이 가능한 SK텔레콤의 대형 스튜디오(가운데), LG유플러스의 자체 제작 육아 콘텐츠 ‘우아달 리턴즈’(오른쪽). /KT·SK텔레콤·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최근 예능 PD들을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지난 1월 tvN 본부장 출신 이덕재 전무를 콘텐츠·플랫폼사업단장 겸 최고콘텐츠책임자(CCO)로 스카우트한 데 이어, SBS 예능 프로 ‘런닝맨’과 ‘패밀리가 떴다’를 연출한 임형택 PD, MBC ‘나는 가수다’를 만든 신정수 PD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미디어 기업이 아닌 통신 기업이 방송계 인력들을 유치하고 있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우리가 가진 미디어 플랫폼을 강화하려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PD를 영입하고 있다”고 했다.

통신 3사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미디어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고 나서면서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통신 3사가 모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나 인터넷TV(IPTV),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를 모을 수 있는 핵심 콘텐츠가 필수가 된 것이다. 그동안 통신사의 망을 바탕으로 CJ ENM,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제공자(CP)들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자 통신 기업도 이 영역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무선통신 가입자 확보를 위해 싸우던 통신 업체들이 이제 엔터테인먼트 회사나 OTT, 콘텐츠 제작사와 경쟁한다”고 했다.

◇'우영우’ 흥행이 보여준 통신 기업의 변신

통신 업체가 콘텐츠 기업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가 올해 최고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KT가 지난해 세운 콘텐츠 제작사 KT스튜디오지니에서 제작해 KT가 지난 4월 론칭한 채널 ENA에서 방영했다. 역시 ENA가 기획,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 ‘강철부대’도 흥행에 성공했다. KT스튜디오지니는 2024년까지 25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3조6000억원이었던 미디어·콘텐츠 부문 매출을 2025년 5조원까지 키운다는 목표다.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OTT(웨이브)를 운영하는 SK텔레콤은 자체 콘텐츠 확보에 가장 적극적이다.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 아래, 기획 제작사인 스튜디오웨이브도 만들었다. 올해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수(공개 예정작 포함)는 경쟁사인 CJ ENM의 티빙(24개)보다 많은 25개다. 최근에는 판교에 VFX(특수효과) 콘텐츠 제작소도 지었다. 3050㎡(약 930평) 규모에 LED(발광다이오드) 벽으로 만든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어 촬영과 동시에 화면에 시각효과 기술을 접목할 수 있고 가상현실(VR)·증강현실(XR) 콘텐츠도 만들 수 있다. 이런 VFX스튜디오는 국내에선 CJ ENM 정도만 갖추고 있었다.

◇통신사의 경쟁사는 CJ ENM, 넷플릭스?

자체 콘텐츠 제작보다는 제휴를 통해 콘텐츠를 주로 확보한 LG유플러스도 올 들어 미디어 플랫폼과 자체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자사 IPTV의 인기 콘텐츠인 영유아 서비스 ‘U+아이들나라’를 분사해 구독형 플랫폼으로 독립시킬 예정이다. U+아이들나라는 과거 인기 장수 프로그램인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우아달)를 되살려 SBS플러스와 ‘우아달 리턴즈’를 공동 제작했다. LG유플러스는 이 콘텐츠를 활용해 U+아이들나라의 이용자를 늘리고 육아 플랫폼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

통신사들마다 자체 콘텐츠를 늘리면서 통신 3사 미디어 부문의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올해 2분기 매출 중 미디어 사업이 작년 2분기보다 22.3% 성장한 3821억원을 기록했다. KT의 경우 올해 2분기 콘텐츠 자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 시즌, 지니뮤직, 나스미디어의 매출이 285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4.7% 성장했다. LG유플러스는 U+아이들나라, U+홈트나우, U+골프와 같은 자체 콘텐츠 강화에 나서면서 올해 2분기 IPTV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3276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