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각) 테슬라가 공개한 로봇 옵티머스. /테슬라 행사 캡처

30일(현지시각) 오후 미 캘리포니아 팰로앨토 테슬라 사옥에서 ‘AI(인공지능) 데이 2022′가 열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이제 소개한다”고 하자 무대 위에 테슬라의 로봇이 등장했다. 한발 한발 천천히 걷던 로봇이 관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테슬라 엔지니어는 “봇이 안전 케이블이나, 전기 공급선 없이 걷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 로봇은 내부 회로와 조립 부품이 다 보이는 상태였다.

테슬라는 또 완전히 조립되고 상체가 메탈로 덮힌, 작년 공개한 로봇 디자인과 유사한, 2번째 로봇 시제품도 공개했다. 머스크는 “이 로봇은 아직 걷지는 못한다. 하지만 몇 주안에 걸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30일(현지시각) 테슬라 AI데이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오른쪽)가 로봇 옵티머스 시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테슬라 행사 캡처

이날 테슬라가 공개한 로봇은 최근 시장의 큰 관심을 모았다. 테슬라는 작년 AI 데이에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의 개념을 공개했고, 이날 실물 시제품을 공개했다. 로봇은 인간의 관절과 손 모습을 흡사하게 적용한 형태였다.

◇ ”가격은 2900만원 아래 가능”

무대에서 로봇 시연은 1분 남짓이었지만, 테슬라는 영상을 통해 로봇의 성능을 보여줬다. 영상에서 로봇은 상자를 옮겼고, 물뿌리개의 손잡이 부분을 잡고 식물에 물을 줬다. 테슬라 전기차에 들어가는 차체 부품도 손으로 집어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 로봇에는 사람의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가 28개 들어갔다. 손에도 11개의 액추에이터가 들어가 자유로운 손 움직임이 가능하다. 특히 테슬라는 로봇이 자체 시각 이미지 인식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는 화면도 공개했다.

30일(현지시각) 테슬라가 공개한 영상 속 로봇의 모습. 테슬라 봇이 손으로 차체 부품을 옮기고 있다. /테슬라 행사 캡처

액추에이터는 1개당 그랜드피아노 1대를 들 수 있을 정도의 내구성을 갖췄다. 테슬라는 “사람의 손 자유도는 27인데, 옵티머스 손의 자유도는 11″이라고 했다. 테슬라 봇은 현재 20파운드(약 9kg) 무게의 가방을 들 수 있고, 도구를 사용할 수 있으며 작은 부품도 정확하게 잡을 수 있다고 테슬라는 설명했다.

테슬라 봇 몸통에는 2.3kWh의 배터리가 장착됐고, 와이파이·LTE 등 통신이 가능하며, 머리에는 테슬라의 통합칩(SoC)이 들어있다고 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운전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봇에도 적용됐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시각 인지, 판단, 커뮤니케이션 등 사람이 하는 것들을 이 봇도 할 수 있다”고 했다.

테슬라 봇 개발 흐름. /테슬라 행사 캡처

테슬라는 1년 전 휴머노이드 봇인 옵티머스의 개념을 소개했고, 지난 2월 개발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번에 보인 로봇은 플랫폼을 만든 후 약 8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머스크는 “옵티머스는 수백만대의 대량 생산이 가능한 로봇으로 설계됐고, 자동차보다 저렴한 2만달러(2900만원) 이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다른 업체들이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대당 추정 가격은 10만달러다.

◇ 사람 손처럼 부품과 물뿌리개 집어

일각에선 이날 공개한 테슬라 봇이 현재 상태로는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에 못 미친다고 본다. 이날 테슬라 봇은 걷는 속도가 느렸고 불안정해보였다. 반면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은 뛰고 공중제비돌기까지 한다. 혼다의 ‘아시모’는 달리기, 계단 오르내리기, 손가락으로 물건 조작 등을 할 수 있다. 머스크도 이 점을 인정했다. 그는 “옵티머스를 개선하고 증명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고 했다.

30일(현지시각) 테슬라가 공개한 로봇 옵티머스 세부 내용. /테슬라 행사 캡처

하지만 이제 본격 개발에 착수한 기간이 8개월에 불과하고, 테슬라 전기차의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 기술을 적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카네기멜론대 애론 존슨 교수는 로이터에 “그들이 이 수준에 이렇게 빨리 도달했다는 점이 정말 인상적”이라고 했다.

이날 테슬라는 옵티머스가 다른 로봇과 달리 테슬라의 첨단 AI(인공지능)를 도입해 인간의 명령을 듣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머스크는 “기존에 나온 로봇들은 브레인(뇌)이나 지능이 없다. 하지만 옵티머스는 다르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