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는 아름답다. 하지만 채굴 과정은 아름답지 않다. 1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흙 2500kg을 파헤쳐야 한다. 배출되는 탄소는 65kg, 광물성 폐기물은 2.6톤에 이른다. 인권 문제도 있다. 제대로 된 안전장치도 없이 값싼 인건비를 대가로 죽어가는 일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분쟁 지역의 다이아몬드 소비가 얼마나 비윤리적인지 짐작하게 한다. 랩그로운(Lab Grown) 다이아몬드는 아름다움 뒤에 가려진 추악함을 걷어내기 위한 지속 가능한 대안 중 하나다.

KDT 다이아몬드 강성혁 실장./톱클래스

랩그로운은 말 그대로 실험실에서 키웠다는 의미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탄소에 높은 열을 가해 수확하는데, 광산에서 캐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화학적 성질이 100% 같다. 첨단 장비 없이는 전문가도 구별할 수 없을 정도. 탄생의 기원만 다른 셈이다. 실험실에서 키우니 환경 파괴나 인권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천연 다이아몬드 소비를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로 전환하는 움직임은 이미 곳곳에서 포착된다. 루이비통·티파니·불가리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 그룹 LVMH는 9000만 달러(약 1170억 원)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랩그로운 업체 다이아몬드 파운드리에 투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Made in Korea’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출시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KDT 다이아몬드가 2년여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해 말 개발에 성공하면서다. 세계 여덟 번째로 다이아몬드를 직접 생산하게 됐을 뿐 아니라 다이아몬드의 품질을 좌우하는 최고 수준급의 연마 기술도 확보했다. 다이아몬드 1부터 10까지 취급할 수 있는 생산기지가 서울 종로에 생긴 것. 올해 1월 랩그로운 브랜드 ‘퍼스트 다이아몬드’를 론칭해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KDT 다이아몬드의 강성혁 실장을 만났다.

-인간이 만든 다이아몬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개념이 다소 생소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실험실 다이아몬드, 합성 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리는데요,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화학적 구성이 똑같습니다. 다이아몬드는 99.9% 탄소로 이뤄져 있는데 어떻게 결합하는지에 따라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질 수도, 연필의 흑연처럼 물러질 수도 있죠. 전문가도 육안으로는 구별하기 힘들어요. 첨단 장비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제조 기술을 보유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도전하게 됐나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주얼리 산업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오랜 기간 산학협력을 이어온 서울시립대와 연구를 시작하며 인도에 여러 차례 방문했습니다. 인도는 다이아몬드 생산의 선진국에 속해요. 다이아몬드 대표 기업 드비어스의 영향력이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까지 퍼져나간 거죠.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95%가 인도에서 연마될 정도예요. 인도 다이아몬드 생산업체를 방문해 공부하며 우리도 랩그로운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에서 기기를 들여와 2년 정도 우리만의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몰두했어요. ‘퍼스트 다이아몬드’란 브랜드를 론칭하며 올해 1월부터 ‘Made in Korea’ 다이아몬드를 출시하게 됐고요.”

-제조 과정을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1세대는 1950년대에 발달한 방식이에요. 천연 다이아몬드가 깊은 지하에서 높은 열과 압력으로 만들어지는 데 착안해 HTHP(고온고압)를 이용했어요. 자동차 두세 대 크기의 장비에 탄소 원자를 넣고 엄청난 열과 압력을 가하는데 공정 자체가 비효율적이고 품질이 좋지 않아 주로 산업용으로 쓰였죠. 2세대는 CVD(화학기상증착법)라고 높은 열과 낮은 압력을 씁니다. 플라즈마를 형성해 탄소, 아르곤 산소 등을 주입하면 기체에서 분리된 탄소가 씨드(씨앗) 위에 얇은 막을 층층이 형성해요. 얇은 사각형 씨드 위에 원하는 레시피를 더하면 조금씩 증착되는 거죠. 100시간에 1~1.3mm가량 자라, 다이아몬드 1캐럿을 가공할 수 있는 원석을 키우는 데 400시간 정도 걸립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방식은 2세대 CVD로, HTHP보다 생산 속도도 빠르고 품질도 높아요. 동시에 최대 30개를 키울 수 있어 경제적이고요. 세계 여덟 번째로 보유한 기술이에요.”

-세계 여덟 번째이자 국내 최초의 기술력을 갖기까지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 같습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레시피가 중요해요. 생산 기계는 판매해도 레시피는 공유하지 않으니까요. 메탄, 질소, 산소 등이 들어가는 원리만 짐작할 뿐 언제 얼마만큼 들어가는지는 부딪쳐가며 파악해야 하는 거죠. 이론과 실전의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에 수십 차례 시도한 끝에 성공했어요. 다이아몬드를 키우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내포물이 생기거나 기대한 성과가 안 나올 때는 어떤 단계부터 다시 해야 하는 건지 막막할 정도로 까다로운 작업이었고요.”

-떡볶이 레시피에 고추장, 고춧가루, 물엿 등이 들어가는 건 알지만 신당동 떡볶이 고유의 맛을 구현하는 건 그 할머니밖에 없다고 이해해도 될까요?

“맞습니다(웃음). 레시피대로 개발 과정을 거치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원석이 탄생합니다. 여기까지면 50%는 성공이에요. 나머지 50%는 연마에 달려 있어요. 랩그로운은 원석일 때는 육면체로 생겼거든요. 우리가 아는 반짝이고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를 만들려면 원석을 플래닝(계획)해 연마, 브루팅, 표면 광택 처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해요. 국내에는 랩그로운 생산업체도 없지만 연마 설비를 1부터 10까지 갖춰 직접 깎는 곳도 우리뿐이라는 자부심이 있죠. 인도에서 30년 경력의 연마사를 스카우트해 와서 품질도 보장할 수 있고요.”

-2002년 국제사회는 분쟁 지역의 다이아몬드 소비를 차단하는 ‘킴벌리 프로세스’를 출범시켰습니다. 이 밖에도 천연 다이아몬드 산업을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있는데요.

“모든 보석을 통틀어 다이아몬드 채광이 제일 어려울 거예요. 좋은 다이아몬드는 지구 맨틀층에 있어 땅을 엄청 깊게 파야 얻을 수 있어요. 광산이 발견되면 지질학자가 4~5년 정도 대지를 파악하고 가치가 낮으면 아예 파질 않아요. 한번 채광을 시작하면 조 단위의 투자금이 들어가거든요. 이건 바꿔 말하면 엄청난 자연 파괴를 동반한다는 뜻이죠. 생각해보세요. 10톤 트럭 분량을 캐면 다이아몬드 10캐럿 미만이 나오는데 그중 보석으로 쓰는 건 10%에 불과하니 적은 양의 보석을 얻자고 자연을 얼마나 손상시키겠어요? 이 과정에서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안전장비도 없이 일을 시키는 인권 문제도 생기고요.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현실에서 벌어지는 거죠. 요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에 더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그럼에도 원석 다이아몬드 희소성의 가치를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시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선택하면 되지 않을까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확대돼도 하이엔드 시장은 운영될 거예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다이아몬드를 즐기고 싶거나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선택하면 되는 거죠.”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직은 생소하다 보니 ‘사기 아닌가’ 의심하는 분도 있습니다. 직접 보고서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요. 전 세계 공통된 특징은 젊을수록 잘 받아들인다는 점이에요. 랩그로운 업계가 20~40대를 주목하는 이유죠.”

-세계적으로 감지되는 트렌드가 있다면.

“얼마전 세계 최대 주얼리쇼에 참석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다녀왔어요. 아니나 다를까, 가장 화두가 된 섹션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였어요. 다이아몬드는 붉은색이나 핑크빛을 띠면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데 몇 년 전 핑크 다이아몬드 최고 산지인 호주 아가일 광산이 폐광하면서 랩그로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었어요. 최근 LVMH(루이비통·티파니·불가리 등을 소유한 명품 패션 브랜드 기업)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에 9000만 달러를 투자한 사실이 알려졌는데 다양한 명품 브랜드에 본격적으로 랩그로운을 사용하지 않을까 싶네요.”

-좋은 다이아몬드를 판별하는 기준은 뭔가요.

“보통 4C라고 하는데 색상(Color), 투명도(Clarity), 연마(Cut), 무게(Carat)가 중요해요. 색상이 투명할수록 예쁜데 좋지 않은 제품은 갈색이나 회색빛이 돕니다. 색이 탁하면 가치가 떨어지죠. 또 원석을 좋은 비율로 잘 깎아야 빛이 투과할 때 예쁘게 반짝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고 등급인 트리플 엑설런트 커트로 연마합니다.”

-이쯤 되니 가격이 궁금한데요.

“다이아몬드가 클수록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데 1캐럿 기준으로 천연 대비 랩그로운이 약 1/5가격입니다. 랩그로운은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의 몇 퍼센트, 이런 식으로 움직여요. 미국 기업 라파포트가 매주 천연 다이아몬드의 중량과 등급에 따라 시세를 매기고요. 그래서 ‘다이아몬드가 얼마나 올랐다’보다 ‘어떤 중량대, 어떤 등급의 다이아몬드가 얼마나 올랐다’고 표현하는 게 옳죠.”

-KDT 다이아몬드의 전신이 아버지가 1997년부터 운영한 ‘강보석’입니다. 젊은 나이에 2세 경영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해요.

“아버지는 다이아몬드의 부가가치에 주목하고 일본에서 GIA(미국보석감정원) 자격증을 취득하셨어요. 일본 가업 승계 문화를 보면서 저의 합류를 내심 기대했는데, 제가 어려서부터 셈이 빠르고 경제관념이 있는 것 같아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올 거라 생각하셨대요. 저는 조소를 전공했는데 조각 작품과 보석이 크기만 다르지 만드는 과정은 유사해요. 진로를 이쪽으로 정하고 보니 전문 지식이 필요하겠더라고요. 고가의 재화를 다루는 일이니 전문성이 있어야 고객도 믿고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홍콩 GIA에서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홍콩은 보석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나라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다이아몬드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좋은 다이아몬드는 볼수록 궁금하게 만들어요. 깊이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우주를 보는 것 같고. 58개 면이 기가 막히게 대칭을 이룬 라운드 브릴리언트 다이아몬드를 바라보면 심리적 안정감도 생겨요. 저도 처음에는 큰 감흥이 없었어요. 원석이 어두운 플라스틱처럼 생겼는데 ‘이게 다이아몬드야?’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같은 크기여도 패턴과 반짝임이 다 다르더라고요. 다이아몬드만이 가지는 매력이죠.”

강성혁 실장은 천연 다이아몬드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고드름과 얼음에 비유했다. 물리·화학적 성질은 100% 같지만 자연이 만들었는지, 인간이 만들었는지의 차이뿐이라는 것. 황홀한 반짝임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매한가지다. 눈에 보이는 대로 혹은 각자의 취향, 가치관에 따라 즐기면 된다. 마침 퍼스트 다이아몬드 팝업스토어(8월 1~14일, 더현대서울)가 열린다고 하니 직접 확인해볼 기회다.

◇강 성 혁

서울예고 조소과, 영국 골드스미스를 졸업하고 홍콩 GIA에서 보석감정자격증을 취득했다. 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KDT 다이아몬드에서 감정·영업·마케팅 전반의 실무를 다지며 2세 경영에 합류, KDT 다이아몬드의 랩그로운 브랜드 ‘퍼스트 다이아몬드’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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