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거래소가 국제금융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된 러시아의 유일한 금융 거래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가상화폐가 대러 제재의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계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지난 28일(현지 시각) “러시아인의 계좌를 일방적으로 동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푸틴 등) 제재를 받은 러시아 개인에 한해서만 계좌를 동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 이후 루블 기반 가상화폐 거래량이 급등하며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일 낮 12시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5180만원으로, 하루 전 4560만원보다 13%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서방의 제재 발표 이후 루블화가 30% 폭락한 상황에서 패닉에 빠진 러시아 자금들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부터 러시아의 제재 우회 수단이 될 가능성이 지적돼 왔다. 지난달 27일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러시아가 가상화폐를 전비로 유용할 수 있다”며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 러시아 계좌 동결을 요청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이 보유한 비트코인 평가액은 약 29조원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향후 가상화폐 거래소를 제재 대상에 올리는 추가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9월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랜섬웨어(데이터를 암호화해 못쓰게 만든 다음 데이터 복구를 조건으로 거액을 요구하는 것) 공격 당시 해커의 돈세탁을 도운 혐의를 받은 러시아의 가상화폐 거래소 2곳을 제재한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