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원 범우화학공업 대표가 지난 2일 경기도 화성의 연구개발(R&D) 센터에서 회사가 생산하는 다양한 방청윤활유와 압연유 제품들을 앞에 두고 그 원리와 용도를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600여 종에 이른다. /남강호 기자

2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금속가공유 전문 기업 범우화학공업의 R&D(연구·개발) 센터. 2층 실험실 안 벽면에 손바닥 절반 크기의 직사각형 철제 시편(실험용 조각) 수백 개가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금속에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하는 용도의 방청윤활유(방청유)를 바르고 소금물을 뿌린 뒤, 녹이 생겨나는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다. 김명원(81) 대표는 “이렇게 검증을 거친 우리 제품을 현대차도 50년 가까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1973년 설립된 범우화학은 국내 금속가공유(油) 시장에서 약 35% 점유율로 1·2위를 다투고 있다. 금속가공유는 금속 소재를 절단·압축할 때 열과 마찰을 줄이기 위해 쓰는 윤활유를 말한다. 금속의 종류와 가공 기법에 따라 윤활유의 성질도 달라야 한다. 이 때문에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선 연구·개발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범우화학이 영업이익(작년 65억원)의 절반이 넘는 34억원을 R&D에 쓴 이유다. 김 대표는 “최근엔 물에 잘 녹는 수용성 방청유(녹이 스는 것을 방지하는 기름)를 개발 중”이라며 “친환경으로의 산업 변화에 맞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1000곳이 넘는 고객사의 조건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다 보니,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만 600여 종에 이른다.

범우화학이 지금은 금속가공유 제조업의 국내 최강자이지만, 출발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73년 인천 부평에서 김 대표가 직원 10여 명과 함께 다목적 방청유 수입 회사로 시작했다.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사진 관련 공부를 하다가 미국 방청유 회사 로켓케미컬컴퍼니(현 WD-40컴퍼니) 창업주 아들과 인연을 맺은 게 계기가 됐다. 지금도 가정에서 녹슨 이음새에 뿌리는 방청유 ‘WD-40′을 처음 국내에 들여와 판매했다.

수입 회사였던 범우화학이 제조업체로 변신하게 된 건 1977년 사내에 ‘간이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연구원 4명의 R&D 조직을 만들면서부터다. 그때만 해도 중소기업에 연구 조직을 두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김 대표는 “국내 제조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금속가공유가 필요해졌고, 로열티(사용료)를 내고 수입해 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자체 기술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1년 만에 국내 최초로 방청유와 압연유(철의 마찰열을 줄이는 윤활유)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고객사도 자동차 업계에서 철강 업계로 확장됐다. 김 대표는 “기술력이 소문을 타면서, 현대차가 먼저 납품을 제안해 왔다”며 “당시 포항제철(현 포스코)도 수입 압연유를 우리 제품으로 100% 대체했다”고 말했다.

범우화학의 기술 개발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전기차·수소차 시대에 발맞춰 전자 부품의 발열을 제어하고 기능을 보호할 수 있는 ‘방열제’와 ‘코팅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범우화학공업은 자동차 산업 관련 매출이 70% 수준으로 가장 많다. 김 대표는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이 해당 기업의 제품 품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앞으로도 산업 변화에 발맞춰 품질 좋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