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새 사령탑으로 1981년생 여성 CEO(최고경영자)를 선택했다. 네이버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최수연(40) 글로벌사업지원 책임리더를 새 대표로, 김남선(43) 글로벌인수합병 전담 책임리더를 최고재무책임자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 다 네이버에 합류한 지 채 1~2년밖에 되지 않은 외부 인사다.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재발 방지 대책과 경영 쇄신을 약속한 네이버는 두 내정자를 중심으로 트랜지션 태크스포스(TF)를 꾸려 연말까지 차기 글로벌 경영 계획과 인사 쇄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벤처 문화를 잃어간다는 비판을 듣던 네이버가 MZ세대를 대표로 선임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꾀하려는 것”이라며 “두 내정자는 해외 인수⋅합병 전문가로 네이버의 글로벌 진격을 예고한다”고 했다.

◇네이버, 81년생 여성 CEO로 새출발

이번 네이버의 신임 대표 지명은 파격 그 자체다. 최 신임 대표 내정자는 ‘글로벌 투자’ ‘MZ세대’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그는 1981년생으로, 2005년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하고 NHN(옛 네이버) 홍보마케팅 팀으로 입사했다. 이후 2010년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법무법인 율촌에서 M&A(인수⋅합병) 업무를 담당하다 2019년 네이버로 돌아왔다. 최 신임 대표는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고 있는 이해진 창업자를 보좌하며 해외 투자와 인수⋅합병의 법률 검토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IT 업계 관계자는 “새 CEO 선임은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내려는 이해진 창업자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며 “현 한성숙 대표가 서비스 기획통이었다면 최수연 대표는 글로벌 인수⋅합병 전문가”라고 했다.

네이버 금고지기이자 투자 총괄 담당인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는 김남선 책임리더가 내정됐다. 서울대 재료공학과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김 내정자는 유명 사모펀드 맥쿼리 출신의 인수⋅합병 전문가다. 2019년 SK텔레콤이 2조9700억원에 ADT캡스를 인수하는 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오래 공을 들인 끝에 지난해 8월 김 내정자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CFO 산하 글로벌 인수⋅합병 전담 조직인 ‘성장과 북극점(Growth&Truenorth)’을 이끌며 올 초 북미 웹툰·웹소설 왓패드 인수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업 부문 독립 경영 강화할 듯

이번 네이버의 경영진 선임은 외부에서 수혈된 젊은 피들에게 조직 쇄신을 맡긴다는 의미도 있다. 이해진 창업자는 직원 사망 사고 직후인 지난 7월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 회사를 이끄는 것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수연 CEO 내정자 같은 외부 인사를 발탁해 새로운 관점에서 네이버 조직 문화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조직 쇄신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수연 CEO 내정자가 한성숙 현 CEO와 달리 주요 서비스를 직접 운영한 경험이 적다는 점을 이유로 이해진 창업자의 그립이 더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아직 임기가 남은 한성숙 현 대표와 현재 최고경영진의 차기 행선지는 이번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최 대표 내정자와 김 CFO 내정자가 꾸린 TF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한성숙 대표는 고문 자리를 맡아 네이버의 해외 사업을 돕는 그림이 유력하다. 박상진 현 CFO가 네이버 파이낸셜 대표로 이동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이번 인선으로 네이버 계열사와 사업 부문의 독립 경영이 강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네이버는 연 매출액이 7조원대를 넘어서고 사업 분야도 검색 포털 위주에서 커머스, 핀테크, 웹툰·웹소설, 메타버스, 로봇 등으로 다양해졌다. 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본사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해외 투자와 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검색·커머스·파이낸셜 같은 각각 사업 분야는 현재의 사내독립법인(CIC) 체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개편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