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쏘기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사 크래프톤은 지난달 29일 미국 게임 개발사 언노운 월즈를 5억달러(약 5858억원)에 인수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PC와 게임기(콘솔)용 게임에 특화된 개발 인력을 확보해 가장 큰 시장인 북미 지역을 공략하면서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인도 시장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크래프톤은 지난 8월 상장 후 조달한 자금 4조3000억원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인수합병을 더 이어나갈 계획이다.
중국 시장의 판호(게임 허가증) 발급이 막히면서 국내 게임사들이 북미·유럽 등 글로벌 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수천억~수조 원을 들여 해외 유명 게임사를 인수하거나, 해외에선 인기가 없는 확률형 아이템(무기나 방어구를 정가가 아닌 뽑기 형식으로 파는 방식) 요소를 덜어낸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해외 매출 비율이 70%가 넘는 게임사들도 대부분 중국 의존도가 높다”며 “국내 업체들이 중국 시장의 대안을 찾으려고 고심 중”이라고 했다.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글로벌 게임 시장 공략
대형 게임사들은 확보해둔 현금으로 공격적인 해외 M&A(인수합병) 행보에 나섰다. 넷마블은 지난달 13일 21억9000만달러(약 2조6260억원)를 들여 세계 3위 모바일 소셜카지노 업체 스핀엑스를 인수했다. 국내 게임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다. 홍콩에 본사를 둔 이 게임사는 카지노에서 할 수 있는 슬롯머신, 빙고, 포커 등을 모바일로 서비스한다. 다만 현금이 아닌 사이버 머니로만 게임을 하는 것이 실제 카지노와 차이다. 스핀엑스는 지난해 매출 4701억, 당기 순이익 1101억원을 올린 알짜 회사다. 업계에서는 스핀엑스가 앞으로 넷마블의 새로운 해외 시장 캐시카우(수익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자사가 배급하는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1위인 오딘으로 북미·유럽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일 “오딘의 중국 외 글로벌 판권을 확보했고, 오딘 개발사인 라이온하트에 4500억원을 투자해 계열사로 편입했다”고 밝혔다. 현재 카카오게임즈의 해외 매출 비율은 30% 수준인데, 북유럽 신화를 무대로 한 오딘을 앞세워 유럽 등 서구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남궁훈 대표가 북미와 유럽 지역 법인장을 겸임하며 해외 진출을 직접 총괄할 예정”이라고 했다.
◇확률형 아이템 줄여 글로벌 출시하니 실적 훨훨
중견 게임사들이 최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게임들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캐 가상 화폐로 바꿔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한 위메이드의 역할수행게임 미르4는 동남아·남미·유럽 등에서 폭발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위메이드는 자사 가상 화폐인 위믹스로 아이템과 캐릭터를 구매할 수 있는 게임 100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게임사 데브시스터즈는 수집형 게임 쿠키런 킹덤을 앞세워 양대 빅마켓인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 지난 9월 일본 애플과 구글 앱 장터 인기 순위 1위에 오르더니, 지난달에는 미국 애플 앱 장터 매출 순위 3위에 올랐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형 역할수행게임이 외면받던 두 시장에서 귀여운 쿠키 캐릭터를 내세우고 현지 유명 성우진을 꾸려 더빙 작업을 한 전략이 먹혔다”고 했다.
한편 최근 반년간 주가가 30~50% 하락한 넥슨과 엔씨소프트도 중국 외 글로벌 시장을 잡으려 굵직한 신작을 내놓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4일 리니지W를 한국·대만·일본·러시아 등 12국에서 동시 출시했다. 국내 이용자들이 확률형 유료 아이템 중심의 기존 서비스 모델에 실망하며 주가가 수개월째 내리막을 타자, 이번에는 확률형 아이템 요소를 대폭 줄여 글로벌 이용자들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리니지W는 출시 첫날인 4일 애플 앱 장터 매출 기준 한국과 대만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넥슨도 게임기 시장 공략을 위해 인기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를 활용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내년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