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로이터 연합뉴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가 SNS의 폐해를 자동차 사고에 비교했다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페이스북이 자회사 인스타그램이 청소년들에게 해롭다는 사실을 숨겨왔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방어하려다 헛발질을 한 것이다.

◇잘못된 비유로 비난받는 아담 모세리

아담 모세리 CEO는 16일(현지시각) 리코드 미디어의 팟캐스트에 출연했다. 팟캐스트 진행자는 “SNS가 담배와 같이 사람들에게 명백한 해를 끼치는 것이 드러났다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제한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아담 모세리 CEO는 “절대 그렇지 않다”며 “”SNS를 마약이나 담배와 비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적절하게 사용되는 모든 것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고 했다. 그는 또 “자동차 사고로 숨지는 사람이 다른 어떤 이유에서보다 많지만, 자동차는 그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한다”며 “소셜미디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가 2019년 한국을 찾아 인스타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조선DB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이 10대 소녀의 32%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며 자신의 신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연구 결과를 여러 차례 보고받고도 무시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인스타그램엔 자신의 부나 미모를 과시하고, 선정적인 게시물이 넘쳐난다. 이 때문에 인스타그램이 청소년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이에 대해 침묵했다. 페이스북은 오히려 만 13세 이하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의 폐해를 다 알면서도 이를 무시·방관하고, 오히려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을 출시해 아이들을 볼모로 삼으려 한 것이다.

이런 배경을 아는 사람들은 페이스북과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를 비판하고 나섰다. 브라이언 볼랜드 전 페이스북 부사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자동차 산업엔) 규제가 있고, 고속도로 안전지침 등이 있다”며 “모세리가 (자동차의 안전성을 고발한 책인) ‘어떤 속도에서도 안전하지 않다’를 읽어야 할 듯”이라고 썼다. 현재 어떤 규제도 없는 인스타그램을 자동차와 빗댄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비난이 일자 아담 모세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비유가) 완벽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페이스북 경영진은 사람을 연결하는 SNS가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다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 /AP 연합뉴스

◇추악함 드러난 페이스북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 내부 문서를 입수해, 페이스북의 추악함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각)엔 페이스북이 ‘VIP 화이트리스트’를 만들고 게시물 정책을 위반한 콘텐츠를 걸러내는 과정에서 사람을 차별한 사실이 드러났다. 유명인이 폭력, 선동, 자극적인 내용 등 페이스북 검열 정책을 위반한 게시물을 올려도 바로 삭제하지 않은 것이다.

16일(현지시각)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페이스북을 통해 암살자를 모집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것, 중동의 인신매매자들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것, 에티오피아 무장단체가 페이스북 내에서 소수 민족에 대한 폭력을 선동한 것들을 페이스북이 인지했음에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페이스북 직원들은 지난 3월 내부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조치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문제를 반복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브라이언 볼랜드 전 페이스북 부사장은 “페이스북은 개발도상국에서 벌어지는 페이스북의 잘못된 활용 사례를 단순히 사업을 진행하며 감수해야 할 비용으로 취급했다”며 “페이스북은 강력한 정부와 미디어 감시 기관 등이 있는 국가와 시장에선 개선 노력을 했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를 외면했다”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 AFP 연합뉴스

◇코너에 몰린 페이스북

페이스북의 잘못된 행동이 드러나자, 미 정치권이 나섰다. 미 상원 상무위원회 소비자보호패널의 리차드 블루멘탈 의원과 마샤 블랙번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우선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의 폐해를 묵인했다는 점부터 조사할 예정이다.

의원들은 “페이스북이 10대들의 건강과 생명보다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드러났다”며 “페이스북이 스스로 이 사안을 책임질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미 하원에서도 페이스북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갈고 있다. 하원 법사위 반독점 소위의 공화당원 켄 벅 의원은 자신의 트윗에 “빅테크는 이제 (건강에 해로운) 새로운 빅 토바코(담배)가 됐다”고 했다. 에드 마키, 캐시 캐스터, 로리 트라한 등 민주당 소속 상·하원의원들은 페이스북에 서한을 보내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출시 계획을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페이스북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