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로봇개로 위험 물질을 점검하고, 로봇팔로 물류 자동화 사업에도 진출한다. 지난 6월 인수를 마무리한 미국 로봇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을 통해서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버트 플레이터 최고경영자(CEO)는 10일 오전 온라인 미디어 간담회에서 “현대차와 로봇을 활용한 솔루션을 전방위로 적용하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과 협력해 기술 측면에서 향후 제품 로드맵을 수립하고, 어떤 새로운 역량과 기능이 미래 로봇 플랫폼에서 큰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함께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봇 모빌리티 분야 기술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는 199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분사해 설립됐다. 구글(2013년 인수), 소프트뱅크(2018년 인수)를 거쳐 지난 6월 약 1조원에 현대차그룹에 합류했다. 로봇 공학 분야를 미래 선도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플레이터 CEO는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모빌리티의 미래는 보스턴다이내믹스 목표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며 “현대차가 가진 제조·공급 분야 전문성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업 확장과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날 로봇개 ‘스팟’, 로봇팔 ‘스트레치’,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시연했다. 로봇개 스팟은 이날 네 발로 뛰면서 계단을 오르내리고, 옆으로 걷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팟은 전후좌우 전 방향에 카메라 등 감지 센서를 탑재했다. 인간이 직접 가기엔 위험한 화학 공장·핵시설 등을 대신 점검할 수 있다. 애런 사운더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스팟을 현장에 배치하기 위해 현대차그룹과 협력하고 있다”며 “스팟을 생산시설에 대한 이동식 점검, 경계보안 솔루션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치는 바퀴가 달린 이동형 로봇 팔로, 창고 자동화를 목적으로 개발된 최신 로봇이다. 최대 23㎏ 짐을 싣고 이동할 수 있고, 1시간 동안 상자 800개를 옮길 수 있다. 내년 하반기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플레이터 CEO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5000억 개 이상의 상자가 수동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각종 사고가 발생한다”면서 “내년 말에 상업화하면 각종 재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향후 스트레치를 활용해 스마트 물류 산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아틀라스는 키 1.5m, 체중 89㎏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이다. 28개의 유압 관절을 이용해 사람과 유사하게 걷고 뛸 수 있다.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해 동작을 조정하고 균형을 잡는다. 이날 영상을 통해 장애물을 돌파하고 공중에서 한 바퀴 도는 모습이 공개됐다. 사운더스 CTO는 “아틀라스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계획을 밝힌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플레이터 CEO는 “새로운 기업들이 로봇 시장에 진입하는 이유는 이 시장이 상당히 큰 잠재적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플레이터 CEO는”자동차 산업과 로봇 산업은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하고, 배터리가 탑재돼야 하는 등 유사한 부분이 많아, 미래도 비슷할 것”이라며 “로봇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상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의 보행 기술은 곧 자율주행 기술인 데다 제조나 물류 현장을 효율화하는 데도 필요하다”며 “앞으로 인명 구조ㆍ안내 서비스에 필요한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9년 “미래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20%는 로보틱스가 맡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