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무실을 개조해 협업 공간으로 만든 드롭박스 스튜디오. /드롭박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 테크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꿨다. 1년 넘게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구글·애플·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사무실과 집에서 번갈아 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취할 예정이다. 완전히 100% 원격·재택근무 회사로 바꾼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미 샌프란시스코의 원조 유니콘 기업인 ‘드롭박스’다.

클라우드(가상 서버) 서비스 업체인 드롭박스는 작년 10월 ‘버추얼 퍼스트(Virtual First) 기업’을 선언했다. 2800여명의 전 세계 모든 직원이 무기한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가 된 것이다. 직원들의 재택근무 후 회사 전체 실적은 개선됐다. 올 2분기 드롭박스는 1년 전보다 매출이 14% 늘었고, 역대 최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사무실로 출근하던 기존 업무 방식에서 100% 원격 근무 체계로 바꾸는 건 공짜가 아니다. 드롭박스는 기존에 없던 5가지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며 완전 원격 근무 회사가 됐다. 어떤 비결일까. 전 세계 드롭박스 인사와 근무 체계를 총괄하는 멜라니 콜린스 최고인사책임자(CPO·Chief People Officer)에게 물었다.

멜라니 콜린스 드롭박스 최고인사책임자. /드롭박스

◇하이브리드 아닌 100% 원격으로 간 이유

많은 기업이 코로나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드롭박스는 100% 원격으로 갔다. 하이브리드 방식이 유발할 수 있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다. 콜린스 CPO는 “며칠은 사무실로 나오고 며칠은 원격으로 근무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은 직원 개개인마다 매우 다른 경험을 만들고, 성과나 승진 속도 부분에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우연히 상사와 같은 날 사무실로 나온 직원이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공평하게 100% 원격 근무 체계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이기에 원격 근무로 쉽게 전환이 가능한 것도 한 요인이었다.

많은 이들은 100% 원격 근무를 하면 직원 간 우연찮은 오프라인 만남이나 대화 속에서 건질 수 있는 창의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콜린스 CPO도 이 부분은 일부 동의했다. 하지만 그는 “원격 근무 환경이 자신만의 설계를 고안하거나 한 가지 아이디어에 대해 깊게 파고드는 등 독자적인 창의력에는 더욱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원격 근무자를 위한 드롭박스 버추얼 퍼스트 툴킷 일부 모습. /드롭박스 홈페이지 캡처

◇원격 근무 체계가 성공하기 위한 5가지 전략

드롭박스는 원격 근무 체계를 도입하면서 크게 5가지 새로운 정책을 실시했다. 먼저 원격 근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지 세세하게 알려주는 가이드인 ‘버추얼 퍼스트 툴킷’을 만들어 배포했다. 온라인 회의에 앞서 동료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아침형 인간인지, 올빼미형인지 서로 질문하라’ ‘도시를 좋아하는지 자연을 좋아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라’ 등의 자세한 행동지침이 담겼다. 콜린스 CPO는 “직원들이 버추얼 퍼스트에 적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며 “고민의 결과를 툴킷으로 정리해 비슷한 상황을 맞은 다른 기업도 이를 참고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기존 사무실을 리모델링하고 위워크 등 공유 오피스도 활용해 전용 회의 및 협업 공간인 드롭박스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이곳에선 전략회의 리더십 개발, 대면 학습, 팀 내 행사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혼자 앉아 일하는 공간은 없다. 잦은 회의 호출을 방지하기 위해 드롭박스 스튜디오를 이용하려면 △누구와 모임을 갖는지, △모임의 목적은 무엇인지, △모이는 인원이 스튜디오와 가까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3단계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콜린스 CPO는 “이곳에서 정기적인 프로젝트 모임을 갖거나 일대일 만남을 갖는 것은 되도록 피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협업 공간을 만들었지만 협업을 핑계로 불필요한 오프라인 근무를 하는 걸 지양한다는 뜻이다.

◇집중협업시간 설정하고 복지도 확대

직원들이 각자의 집에서 따로 일하면서도 온라인상에서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집중 협업 시간도 설정했다. 직원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시간대를 고려해 하루 4시간을 온라인 회의 등 협업을 위한 시간으로 정해놓는 것이다. 이후의 시간엔 각자 알아서 업무를 하고 알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드롭박스가 버추얼 퍼스트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도입한 4번째는 특별 수당이다. 집에 어린 아이가 있는 등 재택근무에 집중할 수 없는 직원들에겐 맞춤형 비용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다. 콜린스 CPO는 “이들이 이 수당으로 외부 공간을 대여해 일하거나 간병인이나 육아 도우미 등을 고용할 수 있다”고 했다.

100% 원격 근무로 인해 느슨해진 회사 소속감과 동료 간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복지 혜택을 확대한 것도 드롭박스의 성공 비결이다. 콜린스 CPO는 “전 세계 곳곳에 분산된 팀원들이 최소 분기에 한번 만나 워크숍을 가질 수 있도록 여행 경비와 엔터테인먼트 경비를 늘렸다”며 “임직원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헬스케어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임직원과 가족에게 무료 치료와 상담을 제공한다”고 했다. 드롭박스는 또 직원들에게 매달 하루씩 재충전 휴가를 준다.

드롭박스는 100% 원격 근무 회사가 되자 세계 곳곳에 거주하는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꼭 본사가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살지 않아도 드롭박스에 입사해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콜린스 CPO는 “최근 회사 입사 지원자의 90%가 지원 계기로 버추얼 퍼스트를 꼽았다”며 “전 세계적으로 입사 지원자가 모집 분야별로 3배 이상 증가했고, 채용에 들어가는 시간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