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1200조에 이르는 온라인 짝퉁(위조상품) 시장을 평정하겠다고 도전장을 던진 하버드 경제학과, 로스쿨 출신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이 있다. 미국 LA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마크비전’의 이인섭(31) 대표 얘기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온라인상의 위조 상품을 자동으로 찾아내 신고까지 해주는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 지난달 화상으로 만난 이인섭 대표는 “아마존에서 전동 칫솔을 샀는데 짝퉁이 왔고, 반품했더니 또 짝퉁이 오는걸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했다.

인공지능(AI)기술로 온라인상 위조 상품을 자동으로 감지·신고해주는 스타트업 마크비전을 창업한 이인섭 대표는 본지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웹툰 같은 콘텐츠 불법 복제물을 적발해 신고하는 시스템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크비전

회사를 창업한 것은 2019년이다. 하버드와 미국 현지 인맥을 활용해 지식재산권(IP)과 AI 전문가들을 모았다. 이 대표는 “온라인 위조상품 시장이 올해 1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기업들이 위조상품을 찾아 신고하려면 엄청난 인력과 시간이 소모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모 글로벌 패션 브랜드는 법무팀 실무자 두 명이 하루 6시간씩 전세계 이커머스 쇼핑몰 사이트를 일일히 접속하면서 짝퉁으로 의심되는 물건을 신고하는 방식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렇게해도 쇼핑몰에서 걸러낸 상품은 월 300건 정도였다. 이 대표는 “이 업체는 마크비전을 도입하고 나서 한달 동안 1만5000개 짝퉁을 쇼핑몰서 내릴 수 있었다”며 “비용도 수작업 대비 50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마크비전은 위조 상품 포착, 분석, 신고의 전 과정을 전부 자동화했다. LA본사와 한국 지사를 합쳐 임직원이 40명에 불과한 마크비전이 아마존·알리바바·타오바오·네이버 같은 국내외 대형 쇼핑몰을 샅샅히 훑을 수 있는 이유다. 여기에는 자체 개발한 딥러닝(기계학습) 기반의 이미지 인식 기술과 데이터 분석 기술이 활용됐다. 마크비전의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고객사의 짝퉁 상품을 콕 짚어 신고까지 완료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진품의 사진을 도용하더라도 설명 속 텍스트와 리뷰, 가격 정보 등을 분석해 진위를 판단할 수 있다”며 “적발 정확도는 99% 이상”이라고 했다. 덕분에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불과 9개월만에 적발한 위조상품 금액 규모만 1조7300억원에 이른다.

마크비전은 현재 랄프로렌코리아, 라코스테 등 국내외 30여개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고객 리스트에서 눈에 띄는 건 온라인 쇼핑몰 뿐 아니라 웹툰 업체 레진코믹스다. 마크비전은 레진코믹스의 웹툰 내 캐릭터를 이용 해 만든 불법 상품을 적발하는 일을 맡고 있다. 한 달 만에 4000여개 위조상품과 저작권 침해 상품을 삭제했다. 이 대표는 “콘텐츠 분야 지식재산권을 지키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웹툰 같은 콘텐츠 불법 복제물을 적발해 신고하는 시스템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마크비전은 잠재력을 인정받아 지난 1월에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육성기관)인 와이콤비네이터 육성 대상에 선정됐다. 지난 17일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24억원 투자도 유치했다. 이 대표는 “전세계 기업들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불법복제를 막아 창작자들이 의욕있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