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장기화로 전세계 학교가 멈추면서 취약계층 아이들이 더 공부를 못하게 됐어요. 우리는 기술의 힘으로 교육격차를 메꾸려고 합니다.”

기본적인 덧셈·뺄셈도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수학 교육 앱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지난 30일 성수동 사무실서 만난 이수인(45) 에누마 대표는 “소수의 수재를 한 걸음 전진시키는 것 보다, 다수의 보통 아이들을 열 걸음 앞으로 전진시키는 것이 바로 테크가 잘 할수 있는 분야”라고 했다. 에누마는 2019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인류의 문맹 퇴치’를 주제로 상금 1500만달러를 내건 스타트업 공모전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서 한국인 스타트업 최초로 우승하며 유명세를 탔다.

지난 달 30일 서울 성수동 에누마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이수인 대표가 교육앱 토도수학과 토도영어 속 캐릭터 인형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교육 앱으로 글로벌 교육 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게임개발자 부부, 미국서 교육앱 도전

에누마의 토도수학은 4~9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수학 교육 앱이다. 스마트폰·태블릿PC 같은 모바일 기기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토도수학은 영재교육용 앱이 아니다”며 “선행학습이 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수학을 못해도 꾸짖지 않는 앱”이라고 요약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으로 대표되는 한국식 교육과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토도수학은 부모의 도움 없이 아이들이 게임하듯 수학을 배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00여가지 이상 미니 게임이 탑재돼 있다. 토도수학은 2014년 출시 후 전세계서 9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미국 초등학교 1200곳에서 토도수학을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 직후인 지난해 3월 출시한 토도영어까지 성장세를 보이면서 개인 고객 매출이 팬데믹 전보다 10배 넘게 뛰었다. 9월에는 일본에도 토도영어를 출시한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지난해(80억원)의 두배 이상인 200억원. 이 대표는 “흑자 전환 직전에 와있다”고 했다.

그는 애초 사명감 넘치는 교육자도, 사회공헌가도 아니었다. 이수인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게임 디자이너였고, 공동 창업자인 남편 이건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같은 회사서 잘 나가는 게임 개발자였다. 서울대 95학번 동문인 부부는 1학년때 학내 하이텔 동호회서 만났다.

2007년 남편이 미국 버클리대로 박사 유학을 떠나기로 하면서 두 부부는 엔씨소프트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함께 떠났다. 시련은 이듬해 찾아왔다. 태어난 아들이 커가면서 장애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의료진 진단을 받은 것이다. 부부는 좌절했다. 부부가 게임 제작자라는 소리를 들은 의사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해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때 우리 아들 같은 아이들도 게임을 통해 공부를 할 수 있게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2012년 이 대표 부부는 실리콘밸리에 회사를 차렸다.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벤처투자자들을 수없이 만났지만 “제품은 좋지만, 이걸로 어떻게 돈을 벌겠느냐”라는 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이 대표는 “엔젤(개인)투자자 13명을 설득해 마련한 10억원으로 간신히 시작했다”고 했다.

◇“팬데믹 후 교육격차, 기술로 좁힐 것”

이 대표는 “사람들이 에누마는 착한기업, 아프리카 아이들 돕는 기업 정도로 아는데 사실 우리는 기술기업”이라고 했다. 토도수학과 토도영어는 학습 성취 의욕이 부족한 아이들을 독려하고 계속 게임을 할 수 있도록 AI(인공지능) 추천 기능을 고도화하는데 주력했다. 이 대표는 “점수로 줄을 세우는 보통 게임처럼 아이들 경쟁심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느리더라도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유도하고 격려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기술과 게임이 가진 힘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리 부부를 포함한 에누마 멤버들은 2000년대 초중반 한국 게임업계와 인터넷 업계서 성공을 맛봤다”며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배웠고, 이제 게임 요소를 담은 교육 앱으로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에누마 개발진의 절반은 넥슨·엔씨소프트 같은 국내 유명 게임사 출신이다. 그는 “게임은 1등을 하기 위해 달려드는 이용자만 보고 만들어도 돈을 번다. 그 과정에서 흥미를 잃고 접는 이용자가 수두룩”이라며 “하지만 교육 앱은 경쟁서 뒤쳐지는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 이 아이들도 끌고 가며 돈도 벌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